가다오다 오다가다 한번 본 적 없는 인상을 소유한 친구가, 알콩달콩 재미나게 연애하는 커플 앞에 떡하니 나타나, 인어 되어 돌아오겠다며 강에 폴짝 빠져 자살했던 나의 사랑하는 옛 애인이 바로 당신이 사귀는 여자라고 우격다짐한다면 여러분들은 어떡하겠는가? 두말 할 것도 없이 남자의 사지가 멀쩡하다면, 360도 뒤돌려 찾기에 인주 안 찍은 주먹도장 서너 차례 사정없이 찍어주었을 것이다. 아니면, 소변검사나 두발검사를 통해 혹 약을 하는 놈이 아닌지 임상실험 들어갔거나...
이처럼 <수쥬>라는 영화는 기본적으로 중국 젊은 남녀들의 현실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사랑얘기를 얽히고 설키며 직조해낸 영화다. 동시에, 시종일관 영화를 이끌어가는 화자 '나'라는 인물의 디지털 카메라에 의해서 영화는 다큐적으로 혹은 판타지적으로, 거칠면서도 매혹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아울러, 자기애인 인어로 환생해 돌아온다는 신화도 담겨있고, 느아르의 미스테리적인 심상치 않은 분위기 또한 도처에 깔려 있는, 기존의 중국.홍콩.대만.영화와는 사뭇 다른 작품이다.
솔직히, 아직까지는 이 영화가 어떤 작품인지 여러분들의 머릿속에서 잘 그려지지는 않을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수쥬>는 활자가 아닌 그림이 있는 이미지를 본다손 치더라도, 그 느낌을 간결하고 정갈하게 그려내기에는 다소간의 어려움이 있는, 다시 말해 영상과 연출스타일이 아주 특이한 영화 중에 하나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을 자살했던 여자와 그 남자친구의 연인 이야기 그리고 자살한 여인과 똑같이 생긴 여인과 그녀의 남친과의 연인이야기, 즉 이 두 커플의 연애모습을 각각 먼저 보여주고 나중에는 포개어 보여줌으로써, 보는 우리들을 알쏭달쏭하게 하는 묘한 흡입력을 <수쥬>는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로 자살한 애인이 환생한 것인지, 아니면 그 친구의 머리에 이상이 있는 건지... 이 지점에서 영화를 잘 보길 바란다. 어쩌면 이러한 배배꼬인 줄거리의 속셈은 감독 자신의 속내를 우회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속임수(맥거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두 커플 중에 한 쪽은 분명 상상 속에서 만들어 낸 가짜 연인이라는 것이다. 자신들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지어낸 허구의 인물들.
또한 이런 스토리가 다큐적인 핸드헬드 기법의 디지탈 카메라에 담기고, 왕가위적 영상보다는 덜 세련된 듯하지만 그와 유사한 탐미적이고 불안한 감성을 상징하는 그림들의 나열 속에 펼쳐진다. 뿐만 아니라,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카메라의 눈과 입이 된 1인칭 시점과 그 인물의 내레이션은, 감정이 극단적으로 파도치는 상황에서도 무덤덤하고 건조하게 참견만 하는 정도에서 치고 빠친다.
결국, <수쥬>는 상투적인 이야기를 인어라는 서양신화와 어색한 포옹을 시키고, 그들의 풋풋하고 도시적인 사랑얘기를 푸석푸석하고 구멍 난 공간 같은 상하이의 주변풍경 안에서 바라본다. 게다가, 거친 촬영기법으로 보여주는 낯선 방식을 차용했기 때문에, 헷갈리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담지한 영화로서 <수쥬>는 화학작용을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6세대 감독이라 불리는 로우 예가 상하이에 위치한 '수쥬'라는 황폐한 강과 부초처럼 떠돌아다니는 도회 젊은이들의 삶에 무심하게 카메라 렌즈를 들이댄 새로운 중국영화 <수쥬>. 어찌 보면 새로운 밀레니엄에 당도해 제작한 <수쥬>는, 이와 같이 아름답지만 가슴 한 켠이 허해질 수 있는 내용과 연출기법을 빌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어설픈 접점에 위치한 대륙인들의 혼란스러움과 허망함을 고스란히 비쳐 반영한 것은 아닌지, 한번쯤은 헤아려 볼 만한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