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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스는 약해도 신념은 뜨겁다 (오락성 6 작품성 6)
암살자(들) | 2026년 9월 21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허진호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장르: 범죄,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31분
개봉: 9월 23일

리뷰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이 거행되는 장충동 국립극장. 행사장 경호를 맡은 경감 ‘철구’(유해진)는 출입 허가증이 없는 한 남자의 입장을 막아선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경호 윗선의 질책이다. 행사 직전 갑작스럽게 경호 지침이 변경됐다는 것이다. 석연치 않은 상황에 의문을 품은 것도 잠시, 문제의 남자가 대통령을 향해 총을 쏘면서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흉탄에 맞은 영부인이 실려 나가고, 반대편 객석에 앉아 있던 여고생마저 오발탄에 맞아 쓰러진다.

<암살자(들)>은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당시 범인은 현장에서 체포돼 같은 해 사형 선고를 받고 형이 집행됐지만, 이후에도 영부인을 실제로 저격한 총탄의 출처를 비롯해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봄날은 간다>(2001)부터 <덕혜옹주>(2016), <천문: 하늘에 묻는다>(2019)까지 섬세하게 인물과 시대를 직조해 온 허진호 감독은 이 역사적 사건을 추적극의 틀 안으로 가져왔다. 사건의 최전선에서 의문을 품은 형사 철구와 진실을 좇는 동성일보 신입 기자 ‘영일’(이민호), 이들이 찾아낸 사실을 세상에 알리려는 사회부장 ‘재환’(박해일)을 통해 억압적인 시대에도 진실을 밝히려 했던 사람들의 신념을 좇는다.

결론을 정해놓은 추적극, 서스펜스가 약하다

<암살자(들)>이 역사적 사건을 소환하는 방식에서 눈에 띄는 것은 형사와 기자라는 두 직업군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철구는 현장에서 이상 징후를 목격하고 의문을 품으며, 영일은 이를 취재의 영역으로 가져가 진실에 접근한다. 재환은 이들이 찾아낸 사실을 기사로 정리해 세상에 알리고 외부의 압력에 맞선다. 국가기관이 진실을 통제하고 침묵을 강요하던 시대에도 자신의 자리에서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말하고 사실을 확인하려 했던 보통 사람들이 있었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정작 추적극으로서의 재미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영화가 파고드는 의혹이 그동안 사건을 둘러싸고 떠돌았던 주장이나 음모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데다, 초반부터 사건의 배후를 사실상 ‘자작극’이라는 한 방향을 지목하고 달려가기 때문이다. 철구와 영일을 따라 단서를 맞춰가며 예상하지 못한 진실과 마주하기보다 이미 정해진 결론을 확인하는 과정에 가까워 서스펜스와 카타르시스 모두 반감된다.

시대의 엄혹함을 묘사하는 방식도 다소 일차원적이다. 경찰과 검찰, 중앙정보부 등 소속 기관은 달라도 권력을 가진 인물이 아랫사람을 다루는 방식은 엇비슷하다. 욕설과 따귀, 구타로 찍어 누르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오히려 폭력이 주는 위압감과 긴장감은 희석됐다. 권력이 어떻게 사람을 길들이고 침묵하게 만드는지 좀 더 입체적으로 파고들었다면 시대의 공포가 더욱 선명했을 법하다. 화려한 특별출연 역시 몰입을 방해한다. 박정민, 정우성, 박해준 등 한 작품의 주연을 맡아도 충분한 무게감을 지닌 배우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캐릭터보다 배우 자체에 먼저 시선이 쏠린다. 반가움과 별개로 새로운 얼굴이 등장할 때마다 극의 흐름이 끊기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짓밟혀도 멈추지 않는, 진실을 알리는 사람들

장르적인 아쉬움에도 <암살자(들)>이 끝내 힘을 얻는 지점은 후반부다. 영화는 사건의 실체를 좇던 추적극에서 점차 ‘알게 된 진실을 어떻게 세상에 전할 것인가’라는 언론의 문제로 무게중심을 옮긴다. 특히 당시 언론인들의 시국선언을 모티브로 한 후반부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사전 검열과 기사 삭제, 보도 통제와 언론 탄압이 일상이던 시절, 기자들은 신문사 문을 걸어 잠그고 스크럼을 짜 외부 세력에 맞선다. 강제로 밀고 들어온 요원들에게 끌려가고 구둣발에 짓밟히면서도 재환과 기자들은 선언문 낭독을 멈추지 않는다.

이 순간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도 선명해진다. 거대한 권력과 맞선 이들은 초인적인 영웅이 아니다. 이상한 것을 목격하고 의심한 형사와 이를 취재하고 기록해 세상에 알리려 한 기자들, 즉 자신의 자리에서 책임을 포기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는 점이다. 덕분에 <암살자(들)>은 추적극보다 진실을 밝히고 알리려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바라볼 때 더 힘이 세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표현과 언론의 자유가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되새기게 한다. 장르적 쾌감은 다소 부족하지만, 허진호 감독의 차분한 터치는 평범한 사람들의 꺾이지 않는 신념을 좇아 끝내 묵직한 울림에 도달한다.




2026년 9월 21일 월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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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건과 이를 둘러싼 여러 의구심에 대해 사전 정보가 없다면 좀 더 흥미로울 듯 + 시국선언을 낭독하는 박해일의 단단한 목소리
-도파민 터지는 추적극을 예상했다면, 드라마에 가깝다는 +메시지가 너무 직접적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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