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
감독: 한지수
배우: 김준호, 권소현, 민서, 박미현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05분
개봉: 11월 19일
간단평
화염 속에서 수십 명의 생명을 구하고 순직한 소방관, 주인공 선오(김준호)의 아버지다. 어머니(박미현)와 누나(권소현)는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과거를 묻어두고 살아가려 하지만, 선오에게 그 선택은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가족의 폭군으로 군림했던 아버지가 남긴 상처는 선오의 마음에 쉽게 메워지지 않는 거대한 구멍으로 남아 있다.
인근 고물상과 그곳에서 키우는 개 ‘달이’에게만 마음을 열던 선오의 일상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함께 어울리는 친구 무리가 생기고, 좋아하는 여자친구 민서(민서)의 존재는 선오에게 작은 행복을 선물한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사건에 연루되면서 그의 일상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만다.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맨홀>은 폭력의 굴레에 갇힌 고등학생 선오의 내면을 따라간다. 어린 시절 겪은 폭력이 남긴 깊은 트라우마,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그의 몸부림, 하지만 끝내 폭력에 발목 잡혀버리는 현실을 통해 여러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한지수 감독은 선오의 감정을 차분하게 응시하며 이야기를 촘촘히 쌓아간다. <그건 알아주셔야 됩니다>(2015), <캠핑>(2019)으로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연달아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그는, 첫 장편인 <맨홀>에서 아이러니의 미학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도피처이자 배설구가 된 맨홀, 증오의 대상인 동시에 구명의 손길이 된 아버지, 남편에게는 침묵했으나 아들에게는 모진 말을 내뱉고 만 어머니 등을 통해 영화는 강렬하고 굵게 여운을 남긴다. 선오를 연기한 김준호는 무심한 표정 아래 요동치는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극을 안정적으로 이끈다. <맨홀>은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2025) 코리안시네마 부문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2025년 11월 20일 목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