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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한지 11년 차 사고 치지 않은 나를 칭찬해” 넷플릭스 <멜로무비> 이준영 배우
2025년 2월 25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그만둘까 생각해 봐도 이 일을 대체할 일이 없는 거예요. 진짜 일을 너무 사랑하니까요.” 주·조연, 특별 출연까지 요새 종횡무진 활약 중인 이준영의 말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멜로무비>에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음악의 꿈을 간직한 뮤지션 ‘홍시준’역으로 변치 않는 사랑과 열정을 보여준 그인데, 자신 역시 좌절의 시간이 있었기에 캐릭터에 공감이 갔다는 이준영이다. 평소 자기 잣대가 높아 자기 칭찬이 인색하기 때문에 연기도 노래도 아쉬운 부분이 늘 보인다는 그가, 스스로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고. 바로 데뷔한지 11년 동안 사고 치지 않고 한결같이 일해 온 것과 다행히 주변에 좋은 평판을 얻은 것. 덕분에 끊이지 않고 콜을 받을 수 있었다는 이준영을 만났다. <멜로무비>의 매력으로 현실적인 이야기와 성장의 키워드를 꼽으며,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10%, 20%의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반응을 좀 찾아보고 있는지.
평소 잘 찾아보지 않는 편이다. 연기에 대한 피드백은 수용하되 캐릭터에 대한 반응 하나하나에 신경 쓰다 보면, 그 반응에 매몰되어 다음 연기에 영향받고 그러다 보면 스스로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아서다. 다행히 회사 분들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해서 기분 좋다.

<멜로무비>는 로맨스보다 네 청춘의 성장담에 포커싱된 인상인데 어느 면에 끌렸는지.
작품 선택 기준을 생각해 보면, 내가 한번이라도 살면서 느껴봤던 캐릭터 위주로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멜로무비>는 멜로의 감정도 있었지만, 그보다 ‘시준’이라는 캐릭터가 처한 상황이 좀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음악을 꾸준히 해 오면서, 시준이 보여주는 성공에 대한 갈망과 자기비판, 이런 부분이 예전의 내 모습과 닮았다고 느꼈다. 또 이나은 작가님 글을 좋아했고 오충환 감독님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었다. 무엇보다 최우식 배우의 팬이다. 형의 무언가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를 좋아한다. 나도 저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차라 함께한다는 게 특히 좋았다. 실제로 대화해보니 너무 좋은 선배이자 형이다.

십대에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하여, 배우에 전념하는 지금까지 좌절의 시간이 길었을 것 같지 않은데 시준과 닮았다니, 의외다.
아이돌 시절, 곡을 만들어 회사에 내면 항상 퇴짜 맞기 일쑤였다. ‘뭐가 문제지’, ‘나한테 창작의 재능이 없는 건가’ 고민했고, 오기로 잠도 안 자고 일주일에 네다섯 곡을 만들어 간 적도 있었다. 그런데 다 NO를 받았으니… 처음 대본을 읽으면서 시준의 상황과 과거의 시기가 겹쳐 보이더라. (웃음) 시준을 보면서, 그가 놓인 상황에 공감되면서 이와는 별개로 어떤 키를 주고 싶은, 다시 말해 ‘이런 걸 한 번 해봐’ 하고 말해주고 싶었다.

교복 입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12년간의 세월의 흐름을 보여준다. 시준과 ‘주아’(전소니)의 고백씬이 화제가 되기도.
감사하게도 교복을 입혀 주셨다. 고등학교 장면에서는 아직 어려서 강한 척하는 무언가 객기 부리는 모습을 보이려 했다. 외적으로는 면도를 정말 열심히 했다. 성인 시준이는 뭐, 다 내려놓고 편하게 연기했다. 시준과 주아가 서로 사귀자고 하는 씬에서 시준이 웃는 건 대본에는 없는 부분이었다. 주아가 너무 해맑게 웃어서, ‘웃지마’ 하고 애드립을 쳤는데 나 역시 웃음을 못 참겠기에 그냥 웃어 버렸다. 감독님이 생각보다 좋다고 생각하셨는지, 그대로 사용하셨더라. 생각해 보면 시준이가 웃는 씬이 별로 없거든.

5년 동안 잊지 못했던 전 여친인 주아가 느닷없이 나타나 같이 일하자고 제안하는데, 이를 받아들이는 시준의 마음에 공감이 갔는지. 전 여친을 정리하지 못한 마음과 음악의 꿈 중 어느 쪽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봤나.
개인적으로 전 여자친구에 대한 미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매듭짓지 않고 끝냈기에 더욱 그랬을 거다. 당연히 음악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을 거고, 그 이면에는 자격지심도 크다고 생각했다. 시준은 서툴고 고집이 세고 한편으로는 여린 친구라, 처음에는 헤어진 여친과 작업할 수 없다고 단정짓지만 사실은 고민하고 갈등하거든.

시준-주아의 우동집 씬을 보고 어느 인물에 공감하는지 의견이 많이 갈리더라. 7년을 사귀면서 주아가 일방적으로 시준의 취향을 맞춰준 덕분에, 시준은 주아의 선호를 전혀 다르게 알고 있는 상황 아닌가!
최대한 시준 입장에서 보자면, (웃음) ‘왜 그걸 미리 말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컸을 것 같다. 그런데 이준영으로 보자면, 항상 주아가 맞춰준 것도 모르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 익숙함에 속아서 소중한 걸 잃은 케이스 같아서 되게 답답했다. ‘한 번이라도 알아봐 주지’ 이런 마음이었다. 우리끼리도 주아가 나쁘다, 시준이 나쁘다 등등 각자가 맡은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그 우동집 장면은 시준이가 진짜 별로였다. (웃음) 7년 동안 사귀었다고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 시간 동안 주아를 혼자 내버려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본인은 어떤 편인가. (웃음) 시준에게 그다지 공감하지 않은 것 같은데.
연애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상대방을 배려하는 편이다. 주아 같은 느낌으로 주로 맞췄던 것 같다. 그렇게 막 다정하지는 않더라도 필요한 것 있는지 살피고 기분은 어떤지 물어보곤 했었다. 시준에게 공감한 부분은… 잠수 이별과 성공(음악)에 대한 자격지심과 패배감 두 가지였다. 감독님, 소니 배우와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시준을 가다듬어 갔었다. 물음표 씬이 있을 때 누나가 ‘그럴 것 같은데?’ 하면 ‘어 그래?’ 하면서 그쪽으로 생각하려 했던 것 같다. 시준과 닮은 점은 한가지를 우직하게 팠다는 점이다. 12년 동안 음악을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이런 부분은 나와 비슷하다.

소니 배우와 호흡은 어땠나.
나이 차가 나는 편인데 먼저 이런 부분의 벽을 허물어 주었다. 씬을 놓고 주아 생각은 이런데 시준은 어떨 것 같은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해석이 다르면 다른 대로 그냥 가보자고 하기도 하고, 5년 후 재회한 상황에 대해서는 서로 아이디어를 많이 냈었다. 소니 누나는 굉장히 똑똑하고 통통 튀는 매력이 있는 분, 되게 순수하고 착한 분이다. 그런데 이번 현장은 특히 좋았던 것이 보영 누나, 우식 형, 소니 누나 모두 서로 안부를 항상 물어봐 줬었다. 그게 되게 따뜻했고 또 막내라 이쁨도 많이 받았다.

그간 센 캐릭터를 주로 했다면 이번에는 일상감이 묻어난다고 할지, 많이 힘을 뺀 모습이더라.
매 작품마다 피드백을 하면서 ‘왜 저렇게 힘을 많이 줬을까’ 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힘을 쫙 빼고 평상시 하는 것처럼 해보자 싶었다. 대사의 맛이나 어미의 묘미를 살리면서 말이다. 호흡을 맞춰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힘이 빠지게 되더라. 형 누나들과 빨리 친해져서, 장난치는 씬도 그렇고 일상적인 장면들이 편안하게 나온 것 같다. 이번에는 특히 따뜻함이 좋았다. 그간 본의 아니게 악역을 해서 그런지 (웃음) 따뜻한 작품 하면서 나도 모르게 힐링되는 느낌이었다. 악역을 할 때는 감정의 폭이 너무 커서, 그러니까 캐릭터로 보면 더 나쁘고 악하게 가야 하는데 인간 이준영으로서는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 부닥치는데, 이런 부분이 없어서 심적으로 편했던 것 같다. 악역의 경우, 찍을 때는 괴물이 되었다가 쉴 때는 이준영으로 돌아와야 하니까 하늘을 보며 멍 때리기를 수시로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액션도 없고 악역도 아니라서, 다른 의미로 가만히 있어도 되어 좋았다. 스탭들이 ‘준영아, 너 감정 연기하는 것도 좋더라’며 웃으며 말씀하시는데 이런 말들이 그렇게 좋았다.

‘멜로무비’인데 ‘멜로’란 무얼까.
음… 멜로는 큐브 같다. 어떨 때는 잘 맞춰지는데 어떨 때는 잘 맞춰지지 않을 때도 있고, 잘 맞추면 기분이 좋고 그렇지 못하면 답답하기도 하고. 괜히 자책하다가 큐브 탓을 하기도 하는 등 이런 면이 비슷한 것 같다.

결말에 대해 공감하는지. 매우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공감했다. 시준, 주아 두 사람이 같은 문제로 또 부닥치고 싸울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서다. 이별했던 5년의 시간 동안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도 너무 많을 것이고, 다시 만나 알아가기에는 늦은 감이 없지 않아 보여 대본을 읽을 때부터 잘 헤어졌다고 생각했었다.

다른 작품에 비해 유난히 내레이션이 많다. 상황과 감정을 거의 내레이션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후시 녹음하면서 인물에 더 공감이 가든가 아니면 그 반대일까. (웃음)
대본을 끝까지 읽고 들어가서 시준에 대한 생각이 변하거나 한 부분은 없었다. 다만 내레이션으로 시준과 주아의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어서 다행이구나 싶었다. 두 사람을 설명하는 씬이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 이 친구가 왜 이런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가 좀 더 명확해진 것 같아서 좋았다.

이나은 작가의 대사가 좋기도 유명한데, 특히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
시준이 ‘겸’(최우식)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남들이 그만두라고 할 때 그만두는 게 아니라, 내가 내 주제를 알고 그만둬야지’ 하는데, 이 씬을 찍고 좀 먹먹했었다. 실제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거든. 작가님이 나를 위해서 이런 대사를! 하며 혼자 생각하기도. (웃음) 이 씬을 다 찍고 나서 우식 선배가 ‘어, 좋아’ 하면서 어깨를 툭 쳐주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대사다.

시준처럼 절망한 적이 있다고 했는데 그만두지 않고 버틸 수 있던 힘은 무얼까.
그만둘까 생각해 봐도 이 일을 대체할 일이 없더라. 지금 일을 너무 사랑해서 다른 일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끝까지 해보자고 생각했었다. 또 팬들의 편지가 진짜 큰 힘이 됐었다. 내 상황을 모를 텐데도 멀리서 응원한다는 말이 너무 좋았다. 내가 고민하고 있는 이 시간에도 응원하고 있다는 생각에 책임감이 들기도 했고, 덕분에 그 시간을 이빨 꽉 깨물고 해보자며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최우식 배우는 당신이 원탑이 될 것 같다고 극찬하던데, 목표가 있다면. 또 다작의 아이콘이라 할 만큼 여러 작품에 출연했는데 끊임없이 콜을 받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는지.
우식 형이 그런 말을…. 쑥스럽고 민망하다. (웃음) 어렸을 때는 시준 같은 마음, 시준처럼 성공에 대한 갈망이 엄청나게 컸었다. 너무 성공하고 싶고 잘되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지금의 이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은 지 몇 년 되지 않아서 이렇게 사건, 사고 없이 계속해서 일하는 것이 목표다. 계속 나를 찾아주는 이유는 우직함이 아닐까 한다.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않아도 맡은 바 최선을 다하니까. 또 감사하게도 그간 함께했던 분들이 좋게 말씀들을 해 주신 덕분이 아닌가 한다. 얼굴도 잘 모르는 감독님도 ‘좋은 이야기 많이 들었다’고 해주셔서, 이럴 때마다 ‘잘 살았다’ 싶다. 좋은 소문 덕분에 콜을 받는 것 같다.

이번 <멜로무비>에서 OST를 직접 불렀다. 연기와 노래, 만족도는 어떤가.
개인적인 잣대가 높은 편이라 작품이 끝나면 항상 아쉬운 것 투성이다. 이번에는 좀 더 디테일하게 감정 표현을 했어야 했나 싶더라. 평소 이야기할 때 액션이나 어미의 표현 등 말이다. 연기하면서 스스로 더 긴장하고 냉정해지려고 한다. 사람인지라 내가 생각해도 잘했다고 느껴지면 기쁜데 이런 감정을 배제하려고 한다. 연기는 어렵지만 하면 할수록 재미있어서, 다시 태어나도 고민없이 배우를 하겠다고 할 것 같다. OST는 내가 부르는 노래가 시준, 주아가 같이 하는 씬에 몰입이 방해되지 않을까 해서 처음에는 거절했었다. 그런데 촬영할수록 나도 시준화 되어 가서 감독님께 ‘늦지 않았다면 해보겠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개인 앨범보다 더 신중하게 녹음했던 것 같다. 보통 2~3시간 녹음하는데 이번에는 5~6 시간 동안 톤도 다르게 불러서 어느 톤이 좀 더 와닿는지 여러 차례 시도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웃음) 원래 후회와 자기반성을 많이 하는 편이다.

후회와 자기반성이 많다지만, (웃음) 그럼에도 스스로를 칭찬한다면.
음… 데뷔하고 11년 동안 사고 치지 않은 건 잘한 것 같다. 조금이라도 나를 인정하는 순간, 약간 교만해지기 쉬운 타입이고, 그러면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될 것을 너무 잘 알아서 (말했듯이)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편이다. 얼마 전 심리 검사했는데 자기 잣대가 너무 높다고, 자기를 사랑하라고 해서 요즘에는 칭찬도 하고 있다.

많이 받는 질문이겠지만, 입대는 언제쯤 예정하고 있는지.
입대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20대 남성이라면 당연한 경험이고 또 하나의 사회라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기대도 된다. 그 안에서 성장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이 또한 나중에 연기에 도움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올해 아니면 내년쯤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작년에도 이런 말을! 내 생각대로라면 이미 군대에 있어야 하는데 (웃음)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함께해달라고 말씀 주셔서 어느새 서른 문턱까지 왔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5년 2월 25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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