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배우: 오미카 히토시, 니시카와 료, 코사카 류지, 시부타니 아야카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06분
개봉: 3월 27일
간단평
도코에서 서너 시간가량 떨어진 작은 산골마을. 산과 자연, 지역에 해박한 ‘타쿠미’(오미카 히토시)는 초등학생 딸 ‘하나’(니시카와 료)와 둘이 살고 있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마을에 글램핑장 조성 소식이 들리던 어느 날 도시에서 온 담당 직원들(코사카 류지, 시부타니 아야카)이 설명회를 열고, 참석한 주민들은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기 시작한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악’이 문자 그대로의 악인지 아니면 어떤 메타포인지, ‘존재하지 않는다’가 부존재인지 무존재인지 아니면 존재의 강한 역설인지. 각본과 연출을 겸한 <드라이브 마이 카>(2021) <우연과 상상>(2021) <아사코>(2017) <해피 아워>(2015), 각본을 쓴 <스파이의 아내>(2021) 등으로 일본 차세대 거장이자 탁월한 스토리텔러로 손꼽히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작품이니만큼, 주의 깊고 신중하게 작품을 응시하게 된다. 로우앵글로 잡은 숲과 나무를 롱테이크로 비추는 오프닝부터 영화는 은밀하고 내밀한 이야기가 시작될 것만 같은 느낌을 물씬 풍긴다. 은연 중 제목의 영향을 크게 받는 듯, 등장하는 인물들을 한 명 한 명 의심의 눈초리로 살피며 어떤 ‘악성’을 찾고자 헤매게 된다. 타쿠미가 딸 하나에게 자연을 가르치며 경고하는 대사부터 하나가 아빠의 마중을 기다리지 않고 홀로 귀가하는 상황의 반복 등은 어떤 큰 사건과 파국을 암시한다. 초반 도시에서 온 글램핑장 관계자와 마을 주민 간의 입장차에서 오는 갈등은 긴장감을 형성하지만, 이내 대립각은 무디어지고 만다. 이렇듯 감독은 확실한 의도 하에 객석의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고 교묘하게 언질을 주기도 하는데 힌트가 선명하지는 않다. 다시 말해 하나하나 친절하게 가이드해주는 영화가 아니라는 말이다. 감독이 던지는 이러한 물음표는 전혀 예상 못 한 엔딩에서 정점으로 치닫는다. 눈 앞에 펼쳐진 급격한 상황과 전개, 귓가를 때리는 누군가의 거친 호흡을 마음에 담고 극장을 나서며 무언가 놓친 부분은 없었는지 꼼꼼하게 반추하게 된다. 그렇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이 영화의 진정한 시작이라 하겠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한 인터뷰를 통해 “자연에는 선과 악, 그리고 정의가 없다. 악은 어디에든 존재하지만 이러한 통념에 카운터 펀치를 날리고 싶었다”고 설명하며 “제목을 보고 나면 관객들이 영화 속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작으로 감독은 칸영화제 각본상과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상(<드라이브 마이 카>),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우연과 상상>)에 이어 4대 영화제를 모두 석권하는 영광을 안았다.
2024년 3월 26일 화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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