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리뷰걸은 부천에 다녀왔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또 가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괴이쩍은 영화들 되게 많이 볼 수 있거든. 가끔 뭐랄까... 부천에서 하는 영화들을 보고 오면 사는 것이 새롭게 느껴질 때가 있어서 난 부천에서 하는 영화들 무척이나 좋아해. 굉장히 자극적이고 놀랍고 새롭고...
이번에 추천하는 비디오는 <세븐 데이 투 리브>라는 작품이야. 작년 부천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고, 정식으로 극장개봉을 하고 비디오로 출시된지도 시간이 좀 흐른 영화지만, 뭐 어때. 이런 영화가 비디오 가게 가서 빌려보기가 편하다구. 기다리는 수고 없이도 바로 빌려 볼 수 있으니까.
내용은 이래. 작은 사고로 어이없이 어린 아들을 잃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마틴 부부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시골로 이사를 해. 20년이나 비어 있던 외딴집. 그 조용함으로 위로를 받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아내 엘렌에게 죽음의 징조가 나타는 거야. 이사 직후에 "죽음까지 7일 남았다"라는 죽음의 메시지가 보이기 시작하는 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그 메시지는 더 집요하게 나타나고, 남편 마틴 마저 난폭하게 변하고 말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미리 예견 죽음만 가지고 이야기를 끌어 갔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갑자기 마지막에 그 집터가 끔찍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사람들이 광기를 부리는 장면이 되면 오히려 맥이 빠져버리거든. 왜 그렇쟎아.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는 거쟎아. 언제 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다 죽을 테니까. 그게 시안부 아니고 뭐겠어? 그런 공포를 시각화 했더라면 지금 보다는 더 짜릿했을 것 같아.
주인공 부부가 외딴 시골 마을을 찾게 되는 이유라든지, 혹은 사람이 왜 광기를 부리게 되는지에 대한 친절한 부연설명이 플래시 백으로 보여지는 장면의 삽입은 영화의 설득력을 더하고, 영화를 재미있게 하는데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해. 이렇게 날씨는 흐리고 습하고 짜증나는 날에는 팝콘 한 봉지 들고 이런 영화 한편 보면서 시간 죽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얼마나 좋아. 영화제 안 찾아가도 다 비디오로 나오고 말이야. 누구는 다리품 팔아가며 시간 맞춰서 영화제를 찾아 다녀야 했지만, 누구는 비디오 가게에서 편하게 대여해 그냥 보면 되는 거쟎아. 잠깐 몇 가지 더 얘기하자면, 부천 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들 가운데 비디오로 나온 게 꽤 있거든. <비버리힐즈에는 살만한 집이 없다>, <파우스트> 등등이 지난해 부천에 상영된 작품이었어. 한번 챙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