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감독: 하야카와 치에
배우: 바이쇼 치에코, 이소무라 하야토, 카와이 유미, 스테파니 아리안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12분
개봉: 2월 7일
간단평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근 미래 일본, 정부는 청년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75세 이상 국민의 죽음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 ‘플랜 75’를 발표한다. 명예퇴직한 ‘미치’(바이쇼 치에코)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만, 쉽지 않다. 직업이 없으니 새로 이사 갈 집을 구하는 것도 힘든 처지에 놓인 그는 결국 ‘플랜 75’ 신청을 고민하게 된다.
78세 할머니(바이쇼 치에코), 젊은 시청 직원(이소무라 하야토), 아르바이트 상담사(카와이 유미), 이주노동자(스테파니 아리안)까지. ‘플랜 75’로 얽힌 사람들이다. 할머니는 정부의 보조를 받지 않고 스스로 벌어 살고자 하지만, 플랜 75의 발동으로 어떤 낙인이 찍힌 듯한 생각을 떨칠 수 없고, 플랜 75를 적극 권장해야 하는 시청 직원은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작은아버지를 신청인으로 마주한다. 그것도 75세 생일날에 맞춰 접수하러 온 작은 아버지다. 개인 맞춤 상담을 하는 상담사는 신청인이 도중에 마음을 바꾸지 않게 조심스럽게 유도해야 하고, 아픈 딸을 위해 돈이 필요한 이주노동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를 위해 ‘플랜 75’ 이용자의 유품을 처리하는 일을 하게 된다.
영화 <플랜 75>가 충격적인 이유는 가상의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초고령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를 직시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낮아지는 출산율과 반대로 높아지는 평균 수명으로 인한 노인 인구의 증가,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대와 세대 갈등의 심화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닐 터이다. 안락사를 넘어서 존엄하게 죽을 권리인 존엄사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한 가운데 이 영화는 과연 무엇이 ‘존엄’인지 재정의하도록 돌아보게 한다. 영화는 차분한 시선과 터치로 픽션이지만 마치 논픽션으로 느껴질 정도로 사실적으로 디스토피아를 구현하며, 죽음에 마주한 인간의 본성을 날카롭게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직접, 적극적으로 죽음을 권장하는 시스템의 등장이 단지 가상 혹은 공상이라고 치부할 수 없기에, 더욱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민감한 담론을 담대하게 꺼내든 하야카와 치에 감독의 용감한 데뷔작이라 할만하다.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소피’역의 목소리를 연기한 성우 바이쇼 치에코가 ‘미치’로 분해 자유 의지를 지닌 결연한 얼굴로 관객을 충격에 빠뜨린다. 최근 개봉한 <괴물> 등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총지휘한 프로젝트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다섯 명의 신예 감독이 각자의 시선으로 10년 후 일본의 모습을 조명해 낸 옴니버스 영화 <10년>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 영화를 장편화 해, 칸영화제 주목할만시선 초청과 황금카메라상 특별언급의 영광을 안았다.
2024년 2월 6일 화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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