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마치 당장이라도 그룹 ‘베이시스’의 노래가 흘러나올 듯한 이 제목은 바로 한 가지 사실 때문에 영화인들의 입에서 입으로 오랫동안 오르내렸다. 바로 26살 국내 최연소 여성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 젊은 나이에 관객 혹은 평단에게 충격과 감탄을 주는 젊은 영화인들의 이야기는 작품 활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해외에서는 그렇게까지 드문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많은 보수적인 시선과 관례가 따르는 우리의 충무로에서 26살 여성 감독의 입봉이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는 개봉이 기다려지는 영화였다.
26살의 여성 감독에게 우리가 기대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매끈한 스토리 전개? 뛰어난 촬영 기법? 아닐 것이다. 26살만이 할 수 있는 패기와 자신감,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조절되지 않은 젊고 발칙한 웃음이 녹아들어 있는 영화, 그런 영화였다.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아쉬움도 큰 것인지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는 그런 기대와는 다른 길을 간다.
결혼정보회사의 유능한 커플 매니저 효진은 다른 사람들의 만남을 연결시켜주지만 정작 자신은 늘 외로움을 느낀다. 유능하다는 이유로 후배의 불량회원 현수를 떠맡게 된 효진은 얼굴은 미남이지만 맞선 매너가 엉망인 현수의 미팅을 주선하게 된다. 그러나, 결혼에 관심이 없는 현수의 무관심으로 미팅은 번번이 성공하지 못하고, 효진은 현수의 성공적인 미팅을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번번이 망신만 당한다. 그렇게 현수와의 만남이 반복될수록 효진은 그의 결혼을 도와야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현수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코미디와 멜로의 두 길에서 방황한 감독의 갈등은 특히 여주인공의 캐릭터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덤벙거리고 실수투성이의 여주인공은 마구 망가지는 슬랩스틱 코미디의 전형을 보여주다가도 갑자기 쓸쓸히 캡슐 알약을 하나씩 찍어먹으며 서글픔을 유도하기도 한다. 영화는 코미디에도 멜로에도 충실하지 못한 채 불안한 길을 걷고, 관객들은 그들의 정서를 어느 쪽으로도 이끌어주지 못하는 영화속에서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결국 영화는 사랑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가장 무난한 결말을 찾지만,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은 너무도 갑작스럽게 이루어져 이 같은 결말에 힘을 실어주지 못한다.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가 대부분 그러하듯이.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는 안타깝다. 영화는 적당히 재미있고 적당히 애처롭지만, 영화 어디에도 26살의 패기는 보이지 않는다. 모지은 감독의 총기는 분명 이 영화를 있게 했지만, 관객들의 큰 기대를 만족시키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 주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조금 더 생각했더라면 어쩌면 전혀 다른, 모지은 감독이 진정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러나 26살의 충무로에서의 여성 감독의 자리가 결코 쉽지 않음을 알기에, 그 첫시작이 불안해도 지켜봐주고 싶은 것이 관객들의, 영화인들의 마음일 것이다. 한국 영화계에 있어서 충분히 의미가 있는 작품이기에 모지은 감독의 앞으로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