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기자]
감독: 이지은
배우: 문승아, 임선우, 장선, 강길우, 장재희
장르: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시간: 122분
개봉: 7월 12일
간단평
5학년 ‘명은’(문승아)은 엄마(장선)와 아빠(강길우)가 부끄럽다. 시장에서 장사하느라 늘 바쁜 엄마와 그 옆에서 낮잠만 자는 듯한 아빠는 불우한 이웃을 도우려는 마음도 없고 환경 보호는 완전히 남의 일이다. 홀로 준비해 나간 반장 선거에서 반장으로 뽑힌 명은에게 ‘돈만 드는’ 걸 왜 하냐고 타박하는 엄마다.
<비밀의 언덕>은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고 가족이 부끄러운 12살 소녀의 비밀스러운 성장통을 촘촘하게 그린 성장 드라마다. 허튼 약속을 남발하지 않는 대신 학우들의 요청 사항만은 확실하게 실천하겠다는 공약으로 반장이 된 명은. 건의함에 남몰래 쪽지를 넣는 등 셀프 건의를 비롯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적극적으로 주도해 나간다. 담임(임선우)의 전폭적인 신임 아래 즐겁게 학교생활을 해 나가는 명은, 한데 눈동자가 왕왕 흔들리고 문득문득 표정이 어두워진다. ‘샘’ 때문이다. 발전의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양날의 검 같은 감정이다. 명은이 가진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샘은 가족을 향한 부끄러움과 만나 감수성이 풍부한 거짓의 글쓰기로 발현된다.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쯤 간직할 법한 어떤 비밀스러운 수치감과 질투를 영화는 명은을 통해 건드리며 보편적인 공감대를 일구는 데 성공한다. 아울러 명은의 시시각각 변모하는 감정과 심리의 섬세한 포착과 리얼한 연기는 관심을 두고 진득하게 지켜보게 한다. 특히 전학생 쌍둥이의 ‘솔직한’ 글쓰기에 충격받은 명은의 이후 행보와 선택은 매우 흥미롭고 끝까지 영화를 주시하게 하는 대목이다.
명은’으로 분한 문승아는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연기력으로 시종일관 흥미롭게 이야기를 주도해 나간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지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2023) 제너레이션 Kplus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을 비롯해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받았다.
2023년 7월 12일 수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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