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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한 잔혹극 (오락성 6 작품성 7)
피기 | 2023년 4월 25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카를로타 페레다
배우: 라우라 갈란, 카르멘 마치
장르: 스릴러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99분
개봉: 4월 26일

간단평
과체중으로 인해 평소 친구들로부터 놀림당하는 정육점 집 딸 ‘사라’(라우라 갈란). 홀로 수영하러 갔다가 자신을 ‘돼지’라 부르며 괴롭히는 3인방과 맞닥뜨린다. 그들이 사라의 가방을 가져간 탓에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채 집에 돌아가던 사라는 한 젊은 남자가 3인방을 납치해 차에 태워 사라지는 걸 목격한다.

카를로타 페레다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인 <피기>는 2018년에 만든 동명 단편을 확장한 틴에이저 스릴러다. 감독은 단편에서부터 영화에 담긴 의도와 주제를 매우 명징하게 밝히고 있다. 실제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그는 ‘괴롭힘’에 관한 이야기를 복수극과 호러를 믹스 매치해 강렬한 스릴러로 탄생시켰다. 강압적인 부모와 억눌린 자식의 관계 등 주변부 서사를 좀 더 보강한 영화는 주인공 사라가 친구들이 납치된 사실을 침묵한 후 벌어지는 며칠 간의 일들을 빠르게 펼쳐낸다. 이 과정에서 스릴과 찝찝함 사이 줄타기 같은 아슬아슬한 지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10대 소녀인 사라가 속옷만 입은 채로 노출되는 장면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고, 작은 마을을 공포로 몰아넣은 연쇄 살인범과 사라 사이에 흐르는 기묘한 감정의 기류 역시 시각에 따라서 충분히 불편할 대목이다.

더불어 청불 액션이 표방하곤 하는 잔인하되 잔인하지 않은 피 튀기는 현장이 아닌, 공포에 질려 소리치는 소녀들과 사실적으로 떨어져 나간 팔, 뒹구는 신체 토막, 물어뜯어 낭자하게 흐르는 피 등은 청불이 아님에도 후반부를 한편의 잔혹극으로 만든다. 대체로 어두운 배경 아래 벌어진 일이라 선명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통쾌함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복수극이다. 단편에 이어 라우라 갈란이 ‘사라’로 열연했다.


2023년 4월 25일 화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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