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리멤버>는 가족을 모두 죽게 만든 친일파를 찾아 60년간 계획한 복수를 감행하는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이성민)와 의도치 않게 그의 복수에 휘말리게 된 20대 절친 '인규'(남주혁)의 이야기다.
독일 영화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가 원작이다.
이일형 감독은 "원작을 보고 우리나라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원작이 좋았던 건 인물들의 과거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과거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현재를 다뤄서”라며 리메이크 과정에서 “(관객이) 공감할 수 있도록 '인규'라는 인물을 만들었다. 20대 청년들이 (일제강점기와 친일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옳고 그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옳고 그름은 무엇일까, 어떤 고민을 해야 할 문제인가 고민했다. '필주'의 사적 복수까지도 과연 옳은 일인지 스스로 질문해봤다. 관객들도 같은 지점을 고민할 수 있기를 바랐다"고 부연했다.
이성민은 극중 80대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를 연기했다. 그는 "'필주'는 도전해볼 만한 캐릭터였다. 특히 제작진이 '필주'의 얼굴을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내가 카메라에 등장했을 때 관객의 몰입에 방해되지 않기 위해 신경 썼다"고 밝혔다.
80대 노인을 연기하기 위해 분장은 물론 자세와 말투까지 연구했다는 이성민은 "경기도 양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인 만큼 경기도 말씨를 익히고 캐릭터를 구축했다”며 “특히 '필주'의 걸음걸이와 자세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촬영 중반 목디스크에 걸렸는데 영화를 보고 '아, 저게 원인이었구나'하고 깨달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필주’의 복수를 돕게 된 그의 어린 절친 '인규' 역을 맡은 남주혁은 "시나리오를 받고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님께서 '평범한 20대 청년처럼 연기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인규'라는 인물의 감정으로 영화를 따라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규'라면 '필주'를 어떻게 볼까? 지금 놓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할까? 여러 고민을 했는데 심플하게 가자는 결론을 냈다"고 덧붙였다.
이성민은 영화의 엔딩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밝혔다. 그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내가 찍은 영화를 보고 울었다. 촬영이 끝나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니 ‘필주’에 감정 이입을 많이 하게 된 거 같다"고 설명했다.
이일형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은 4년 전쯤 마무리됐다. 그럼에도 현재 한일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는 건 여전히 (한일 역사와 관련된) 많은 일들이 해결되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다. 옳은 걸 옳다고 하지 않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하지 않는 게 너무 단단하게 굳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번쯤 상상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다. 어릴 적 교과서로도 공부하고 살면서 느끼는 이야기기도 하다”며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 과거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영화를 통해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고 전했다.
<리멤버>는 오는 10월 26일(수) 개봉한다.
● 한마디
드문드문 의아한 장면도 있지만, 친일파를 처단하겠다는 노인의 다짐만은 확실!
(오락성 6 작품성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