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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수다회] 허를 찌르지만, 감독의 색깔은 흐려진 <놉>
2022년 9월 6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목요수다회]는 무비스트 기자들이 같은 영화(시리즈)를 보고 한 자리에 모여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입니다. 관람 후 나눈 대화인 만큼 스포일러가 잔뜩 포함돼 있으니 관람전 독자는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Nope! UFO

은영 조던 필 감독의 전작 <겟 아웃>과 <어스> 또 그가 각본과 제작한 <캔디맨>(2021)에 비해 인종 차별 이슈는 한결 옅어지기는 했어요. 대놓고 말하기보다 은유와 상징을 통해 주제와 메시지를 에두른 듯한데요. 함정은 이야기가 갈팡질팡한다는 느낌도 들고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지는 않은 인상이에요.

금용 아이덴티티가 강한 감독이잖아요. <겟 아웃>(2017)의 주인공인 다니엘 칼루야가 주연이라 전작들과 어느 정도 비슷할 거로 예상했는데 장르적으로도 내용으로도 전혀 아니더군요. 그래서 재밌었어요.

재하 계속 인물의 동기와 의미, 어떤 관계성을 찾게 되던데요. ‘OJ’(다니엘 칼루야)와 말 ‘럭키’, 여동생 ‘에메랄드’(케케 파머) 사이에 어떤 끈끈한 뭔가가 있구나 싶었는데, 보다 보면 대단한 뭐가 있는 것 같지도 않은 거예요. 계속 인물들의 동기를 파악하려 노력하지만, 알 수가 없으니 굉장히 당황스럽고 황당한 부분이 있더라고요.

은영 의미를 부여하려면 부여할 수는 있을 것 같기는 한데요. 이어령비어령이라고 할지, 몇몇 부분은 뜬금없기도 하고 선뜻 납득되지 않기도 했어요. 그래도 지금까지 보지 못한 작품이라 굉장히 재미있게 봤고, 개인적으로 가장 새롭게 다가온 지점은 크리쳐 디자인이었어요. 어느 날 하늘에 등장한 정체불명의 ‘그것’은 누가 봐도 우리가 익히 아는 UFO잖아요. 그런데 비행물체, 그러니까 우주선이 아닌 그 자체가 외계 생명체라는 사실요. 머리로는 외계 포식자, 한마디로 프레데터라는 걸 알면서도 비주얼은 비행접시라 인식과 의식의 차이에서 오는 간극이 흥미로웠어요.

금용 그렇죠. 대체로 이족보행의 외계인이나 외계 생명체를 연상하니까요. 펼쳤을 때의 모양도 특이하고, 이 모양 자체로 뭔가를 의미하는 것 같기는 한데 한 번만 봐서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재하 제겐 UFO인 줄 알았는데 외계 괴생명체라는 게 큰 반전은 아니었어요. 외계비행선이 왔으면 그 안에는 당연히 외계인 혹은 외계 생명체가 타고 있을 테니까요. 감독이나 그의 전작에 관해 사전 정보 없이 본다면 굉장히 황당무계한 이야기로 다가갈 것 같아요. 극 중 인물들이 위험한 상황에서 굳이 촬영하겠다고 들어가는 것도 잘 납득되지 않았고요. 감독이 어떤 함의를 넣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봐서 그나마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그렇지 않다면…

메타포 VS 후킹

금용 ‘보는’ 행위에 대한 메타포가 계속 나와요. 주인공 남매는 영화의 시초라 할 수 있는 흑인 남성이 말을 타는 움직이는 사진 속 주인공의 자손들이고, 또 배경은 할리우드 외곽의 말 농장이에요. 농장의 말은 영화 촬영에 동원되고요. 미스터리한 존재를 알아챈 남매는 성공을 위해 이를 촬영하려 하고, 여기에 유명한 다큐멘터리 감독까지 합류하잖아요. 게다가 이 감독은 평소 야생 동물들이 포식하는 영상을 즐겨 보는 사람이죠. 결국 현시대에 만연한 중독성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요. 폭력, 포식 등 자극적인 영상을 원하고 그로 인해서 어떤 피해가 생기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자극에 대한 현대인의 중독성이요.

은영 굉장히 집중해서 봤거든요.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번번이 제 예상과 빗나가기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웃음) 한마디로 예측불가, 섣불리 예단할 수가 없는 거죠. ‘고스트’, ‘클로버’, ‘럭키’ 같은 말의 이름과 침팬지 ‘고디’의 이름으로 챕터를 나눠 놓잖아요. 전 외계의 존재가 동물에게 어떤 신비한 영향력을 발휘해 그들을 변화시키고 이로부터 기인한 초자연적인 호러를 예상했거든요.

재하 보면 모두 쇼비즈니스 산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에요. 비즈니스적인 차원에서 ‘괴생명체’에 매료되는 거죠. OJ와 에메랄드, 다큐멘터리 감독, 나중에 등장한 카메라맨 모두 같은 목적으로 모여요. 외계인을 두려운 존재라기보다는 성공의 열쇠 같은, 획기적인 아이템으로 바라본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전 처음에는 인물들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가, 요즘 시류를 떠올리면서 수긍하게 됐어요. 사건·사고 현장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쫓아다니는 BJ 등을 보면 그렇죠. 일명 사이버렉카요.

은영 백인 부부에 동양인 아들 그리고 침팬지까지 이색적인 구성의 가족이 주인공인 과거 인기 시트콤의 오프닝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돼요. 이후에도 중간중간 ‘고디’ 에피소드가 삽입되는 등 뭔가를 암시하는 듯하잖아요. 게다가 고디가 촬영 현장에서 돌변하여 배우를 학살하는 행위를 잘 보면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한 행동이거든요. 그런데, 이에 대한 어떤 해답이 없어서 낚인 듯한 느낌도…

금용 중독성에 대해 얘기했는데요, 한편으로는 착취의 역사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인간에 대한, 동물에 대한, 나아가 아역 배우에 대한 착취일 수 있어요. OJ 가족의 목장 근처에서 테마공원 ‘주피터 파크’를 운영하는 ‘리키 주프 박’(스티븐 연)이 바로 그 아역 배우잖아요. 성인이 돼서도 트라우마를 안고 있어요. 고디 에피소드는 착취의 증거이자 중독을 얘기하는 하나의 장치라는 생각이에요. 한편으로는 워낙 강렬한 장면들이라 분위기를 환기해 집중력을 확 끌어올리기도 하고요.

재하 영화를 유기견 관련 활동하는 선배와 같이 봤는데요, 선배는 동물해방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냐고 묻더군요. 이런 면이 없지 않죠. 한편으로는 돈과 시청률에 매몰된 미디어 산산업의 폭력적인 양상과 그 안에서 무뎌지는 인간들, 그리고 다인종의 캐릭터 등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도 완전히 내려놓지 않고 있어서 이것저것 찔끔찔끔 다 들어 있는 인상이에요. 전작인 <겟 아웃>이나 <어스>는 대놓고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감은 있어도 매우 선명해서 그 점이 좋았거든요.

금용 개인적으로 다큐멘터리 감독이 웃겼어요. 포식의 세계를 가까이서 촬영하고 싶은 욕망에 그 서클의 일원이 되려고 위험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잖아요. 완전 변태죠.

재하 전 괴물의 입안과 그 안의 장기를 좀 보여줬으면 싶었어요.

대중성은 떨어지는!

은영 괴생명체에 빨려 들어간 인간들이 굉장한 비명을 지르잖아요. 시각적으로는 자세히 보여주지 않지만, 보면 그곳도 생명체라기보다는 기계의 일부처럼 보이거든요. 자동 세차장 같은 느낌이라고 할지. 이렇게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이질감이 독특하고 발상이 뛰어나다고 느낀 지점이에요. 그런데 만약 다시 보겠냐고 묻는다면 Nope! 이미 내용을 알고 있어서 흥미가 확 떨어진 데다 그렇다고 장면과 대사 하나하나를 뜯어보며 의미를 되새김질할 정도의 매력은 없는 것 같아요.

재하 어떤 함의가 있든 영화는 그 자체의 감동과 재미, 혹은 자체의 아름다움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사실 좀 지루했거든요. 인물들의 동기가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아서요. 곱씹으면 좀 더 재미있어지기는 하지만, 굳이 비싼 돈을 지불하고 팝콘 들고 극장에서 보겠냐고 물으면 갸우뚱합니다.

금용 영화과나 관련 전공에서 분석하는 과제로 많이 내겠다 싶었어요. 장치와 의미, 메타포가 한편으로는 어떻게 갖다 붙이느냐에 따라서 해석이 분분할 것 같아서요. 조던 필 감독이 ‘조동필’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국내에서 유난히 인기가 좋잖아요. <놉>은 어떻게 볼지 모르겠네요. 애매모호한 데다 호러로 보자면 무섭지도 않아서 포지션이 애매해 보여요.

은영 개봉 3주 차 관객이 39만 8천 명이에요. <겟 아웃>과 <어스>(2019)는 각각 218만 명과 147만 명을 동원했는데, 극장 침체기라고 해도 전작에 비해 성적이 나쁘죠. 그만큼 대중성이 떨어지는 건 확실해요. 개인적으로 흑인+여성이 역시나 사건 해결의 핵심으로 활약하는 지점이 다소 식상했어요.

금용 전 주인공인 다니엘 칼루야의 비중과 활약이 기대보다 적다고 생각했어요. 뭣보다 ‘고디’를 주인공으로 한 프리퀄이 나온다면 좋겠어요. 궁금해요!

은영, 재하 공감입니다!


2022년 9월 6일 화요일 | 글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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