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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AN] 무비스트-웨이브 추천작!④ 필리핀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끔찍한 보복 <리루트>
2022년 7월 11일 월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이투데이=박꽃 기자]

차를 몰고 수도 마닐라를 떠나온 연인 댄(시드 루케로)과 트리나(신디 미란다)는 댄의 아버지를 만나러 고향 모린다로 가는 길이다. 차 안에서 극도의 예민한 말다툼을 주고받다가 급작스럽게 화해 무드로 돌진해 정사를 벌이는 두 사람의 관계는 영 불안정해만 보인다. 이때 예상치 못하게 고향으로 가는 길이 통제되고, 우회로를 찾던 중 차까지 고장 난다.

시골 마을에 발이 묶인 두 사람은 정체 모를 중년의 남자 게모(존 아실라)에게 일단 도움부터 청하고 보는데… 바로 그때부터가 ‘사건’의 시작이다. 관객은 왠지 모를 불안감 끝에 등장하는 끔찍한 보복의 장면들과 만나게 된다. <리루트>는 7일(목) 개막한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으로 8일(금)부터 17일(일)까지 웨이브(wavve)에서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
<리루트>(로렌스 파자르도 연출)_ 아드레날린 라이드 섹션_114분_18세 관람가

딸의 수모를 대신 갚아줄 날만 기다렸다

차를 고쳐줄 기술공을 부르러 가자는 말에 길을 나선 댄은 게모에게 잔혹하게 처형당하고, 충격적인 성적 형벌까지 받는다. 과거 게모가 집을 비운 동안 댄이 그의 딸에게 몹쓸 짓을 한 남자라는 사실이 알려지기 때문인데, 그 점을 알고 본다고 하더라도 수위 높은 성적, 물리적 폭력에 정신이 다 얼얼해질 정도다. <온 더 잡: 실종자들>로 베니스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바 있는 필리핀 배우 존 아실라가 게모 역을 맡아 나사가 하나 빠져 미쳐버린 듯한 보복자의 연기를 강도 높게 선보인다.

민다나오 트라우마

과거 게모가 딸을 지켜주지 못한 이유는 민다나오에서 군 생활을 하며 집을 오래 비웠기 때문이다. 극 중 몇 차례 등장하기도 하는 지명 민다나오는 필리핀의 오랜 분쟁 지역인데, 감독은 게모가 그곳에서 오랜 시간 군 생활을 하며 동료를 잃고 혹사당하는 등 정신적으로 병들어버린 인물이라는 걸 암시한다.
댄을 죽인 게모는 홀로 남은 트리나를 가둬두고 죽은 딸 취급하며 재차 수긍할 수 없는 학대를 반복한다. 때문에 <리루트>는 단순히 수위 높은 보복물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필리핀의 사회적 분쟁 전면에 소환돼 군인 역할을 해야 했던 한 개인이 어떤 방식으로 인생의 악화일로를 걷게 되는지를 함께 보여주는 비판적 작품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아목> <쇠고랑> 감독의 전작 궁금하다면

<리루트>를 연출한 로렌스 파자르도 감독은 전작 <아목>(2011)과 <쇠고랑>(2012)으로 필리핀 사회의 부조리함을 꾸준히 이야기해왔다. <아목>은 마닐라에서 벌어지는 폭력사태에 휘말리는 사람들의 긴박한 상황을 다뤘고, <쇠고랑>은 빈민층 청년이자 좀도둑인 주인공을 통해 필리핀 사회의 한계를 드러낸 작품이다. 두 영화 모두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한국에 공개된 바 있다. 앞선 두 작품이 필리핀 마닐라라는 현대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면,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공개되는 신작 <리루트>는 도시를 벗어난 지역을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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