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소재원 작가의 소설 '균'을 영화화한 <공기살인>은 봄이 되면 나타났다 여름이 되면 사라지는 죽음의 병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노브레싱>의 조용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작품의 배경이 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생활용품 중 화학물질 남용으로 인한 세계 최초의 환경 보건 사건으로 기록된 참사다. 2011년 공식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었으나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피해 조정안은 지난 2월, 사고 발생 11년 만에 처음 나왔다.
조용선 감독은 “<공기살인>을 완성하기까지 6년이 걸렸다. 다른 실화물처럼 슬픔을 다뤄야 하나 했는데 알면 알수록 분노가 생겼고, 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꼭 해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우리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짧은 영화 한 편에 다 담기엔 너무 긴 시간 이어진 사건이라 피해자분들께서 혹시 부족하게 보실까 걱정된다. 많은 분이 이 작품을 보시고, 다시는 이런 영화가 안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원인 모를 폐질환으로 가족을 잃고 사건에 뛰어드는 의사 ‘정태훈’ 역의 김상경은 “하늘에서 나한테 주는 소임인가 생각도 했다. 우선 피해자 분들의 아픔을 어떻게 하면 온전히 전달할까에 주안점을 뒀다. 어떻게 하면 객관적일 수 있을까도 많이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또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반복될 수 있다. 정부에 계시는 분, 피해자 분, 국민 여러분이 영화를 보고 많이 생각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언니의 죽음으로 검사에서 변호사가 된 ‘한영주’ 역의 이선빈은 "시나리오를 읽을 때 피해자 한 분 한 분의 감정선과 사연, 이 사건을 파헤치려는 진실된 마음이 굉장히 마음을 울렸다"며 "의미 깊은 영화인데 이런 기회가 흔치 않아서, 도전하고 모험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감독님께서 작품과 관련된 자료를 많이 주셨는데 시험 공부하듯이 보면서 사명감이 크게 생겼다. 내 인생에 있어서도 영광스러운 작품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윤경호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의 ‘서우식’ 과장을 연기했다. 그는 "영화를 보고 난 직후라 먹먹하고 얼떨떨하다. 우리가 시사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길 바란다. 이 영화가 꽃 피는 봄에 어울리는 반가운 영화는 아닐 수 있지만 우리가 잘 준비한 작품이 오해 없이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태훈’의 아내이자 ‘영주’의 언니인 ‘한길주’ 역의 서영희는 "대본을 읽고 내가 알고 있던 사건이 다가 아니었구나 싶었다. 이 사건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면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드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서영희는 "코로나19 직전에 촬영을 마쳤다. 촬영 당시 이러한 상황을 겪어보지 못해서 내 아이가 아팠을 때의 감정을 흉내만 냈던 것 같다. 코로나를 2년 넘게 겪고 오늘 영화를 보면서 지금 느꼈던 감정으로 연기를 했으면 조금 더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 한마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 다시금 주의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오락성 6 작품성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