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위로 펼쳐진 구름은 마치 말의 형상을 연상케 하고, 그 사이를 독수리가 관통하고 있다. 갑자기 어디 선가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고, 광활하게 펼쳐진 대 초원을 가르며 야생마의 무리가 달려온다. 뜨거운 태양 볕 만큼이나 밝은 빛이 스크린을 휘감고 어느 순간인가 어미 말이 망아지를 낳고 있다. 세상에 금방 태어나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보던 그 망아지는 어느 순간 멋진 갈기를 휘날리며 무리를 이끌어 간다.
드림웍스에서 이번 여름에 공개하는 <스피릿>은 철저히 동물 중심의 시선에서 상황을 풀어나간다.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말(馬)이다. <라이온 킹> 이후로 동물이 주인공으로 전면에 등장했던 애니메이션이 없었던 사실을 기억한다면 <스피릿>은 상당히 반가운 선물이 될 수도 있겠다. 다른 점이 있다면 <라이온 킹>이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스피릿>은 '히히힝' 거리는 것 밖에 못하는 사실이다.
두 번째로 최근 들어 사양 길에 접어든 2D 애니메이션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토이 스토리>, <몬스트 주식회사>, <슈렉>에 최근 개봉한 <지미 뉴트론>까지 대세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3D 애니메이션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피릿>의 제작자인 제프리 카젠버그는 애니메이션의 영화를 가져다준 2D 애니메이션에 대한 향수를 버릴 수 없었나 보다. <스피릿>의 경우 부분적으로 3D로 수정을 보긴 했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2D의 그것으로 고스란히 살아 있다. 이러한 테크닉은 디지털의 차가움을 불식 시키며 보다 정서적으로 부드러운 감수성으로 영화를 보는 이들로 하여금 보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의 감동을 끌어내는데 힘을 부여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모든 조합은 결국 애니메이션이라는 분야가 아이들을 위한 문화상품이 아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모양새를 만들어 낸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깊은 이해 없이도 영화는 감동적이며 유머와 카타르시스가 공존하고 있어 극장 문을 나서는 그 순간에도 영화의 잔상을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단순히 현란한 볼거리와 화려한 들을 거리로 관객들을 유혹했던 기존 애니메이션과는 다르게 한번쯤 다시금 영화를 되새김질 하게 하는 것은 <스피릿>이 가진 최고의 장점이다. 누구나 볼 수 있는 편안함과 함께, 깊은 아름다움을 지닌 <스피릿>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무스탕(야생마)의 자태 만큼이나 우아하고 고상하며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