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예술영화를 보면서 왜 머리를 써가며 스트레스만 더하려고 하는지 답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실,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예술의 한 장르로 추앙 받고 있는 요즘에도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역시나 영화는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즐거움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차가 있겠지만, 영화를 보면서 고통스럽게 통찰하려는 것 보다는 아무래도 영화 속 상황을 맘껏 즐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까 마음대로 생각합니다.
로버트 드니로와 애디 머피, 거기다 르네 루소 까지 합세한 <쇼타임>은 오랜만에 아무런 사심 없이 영화를 보러 갔다가 건진 뜻밖의 수확이었습니다. 포스터 비주얼의 촌스러움(마치 80년대 버디 무비를 연상케 하지요) 때문에 특별히 보고 싶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게 사실인데, 막상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는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솔직히 뻔한 스토리에 뻔한 대립구도 그리고 사건이나 문제가 단 한차례 막힘도 없이 술술 풀려가서 자칫 단조로울 수도 있었을 이야기가 두 주연 배우의 카리스마로 어느 정도 무마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갑자기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빅 브라더 형 텔레비전 프로그램 혹은 미디어에 대해 비판 해 보려는 시도도 보여지긴 하는데, 이 또한 로버트 드니로의 <15분>에서 한번 써먹었던 이야기란 사실이 떠오르자 좀 짜증이 나더라구요. 갑자기 내가 신작 영화를 보고 있는지 아니면 재방송 드라마를 보고 있는지 헷갈리기 시작하는 거에요. 전작과의 차이라면 <15분>에서는 로버트 드니로가 죽는데 반해 여기선 해피엔딩이라는 점 정도? 그리곤 생각했죠 '할리우드도 이젠 아이디어가 바닥 났나 보다'라구요. 그러니까 <달마야 놀자>, <엽기적인 그녀>, <조폭 마누라> 같은 영화의 판권이 팔려나가고 리메이크 소식이 들려오고 하나보다 하고 혼자만의 깨달음을 얻었다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거 따지지 않고 본다면 그럴싸한 볼거리의 오락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오를 때 보여지는 NG 장면도 얼마나 재미있다구요... 절대 실수를 모를 것 같은 로버트 드니로가 대사를 잘 못하고 쑥스러운 듯 웃는 장면을 보면, 아무리 짜증이 났었더라도 금새 기분이 풀릴 정도입니다. 신나는 음악들과 함께 한편의 리얼 티비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즐거움이 가득한 <쇼타임>은 복잡하게 머리를 어지럽히지 말고 정통 할리우드 오락영화로 그냥 편하게 받아 들여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