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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마자 한마디! “죽지만 않게 해달라” 송전탑 위의 삶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2021년 1월 20일 수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꽃 기자]
 이태겸 감독
이태겸 감독

“죽지만 않게 해달라”

송전탑을 보수하는 지방의 하청업체에 강제 파견된 주인공이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뒤 소리친다.

19일(화)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언론시사회를 연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제작: 홍시쥔, 아트윙)의 일부 내용이다. 이태겸 감독, 배우 유다인, 오정세는 영상 기자회견 형태로 기자단과 만나 노동자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영화에 관해 이야기했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정은’(유다인)이 부당한 이유로 송전탑을 보수하는 바다 근처의 하청 업체에 파견된 뒤 벌어지는 이야기다.

‘정은’은 어떻게든 본래 회사로 돌아가려 하지만 현장 소장(김상규)에게 업무를 배분받지 못해 최하위 업무평가를 받고 해고 위기에 놓인다.

가족을 부양하느라 송전탑 보수는 물론 편의점 아르바이트, 대리운전까지 하는 팀의 ‘막내’(오정세)는 업무를 찾아 직접 송전탑 보수에 나서려는 ‘정은’에게 여러 도움을 건넨다.


연출을 맡은 이태겸 감독은 “사무직 중년 여성이 갑작스럽게 지방 현장직으로 파견됐지만 버티고 있다는 기사를 본 뒤 시나리오를 준비했다”고 연출 시작점을 돌이켰다.

또 “송전탑은 거대하고, 복잡하고, 쇠로 된 차가운 질감을 지녔다. 그게 ‘정은’이 처한 상황과 연결되는 상징물이다. (그럼에도) 그 송전탑에 오르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보여주면, 영화가 힘든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위안을 주고 의지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인간 시야에서 하늘 끝까지 뻗은 송전탑을 올려다보거나 반대로 고공에서 바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앵글을 교차로 활용하며 관객의 심리적 두려움을 자극한다.

송전탑 소음을 활용해 만든 음악은 지방 송전탑 보수 현장 대한 감각을 한층 강화한다.

이태겸 감독은 “직업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걸 여러 장치를 활용해 정서적으로 (와 닿도록) 표현하고 싶었다. 우리나라에서 직업은 곧 ‘생명’이 된다는 점을 영화에 녹이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태겸 감독, 배우 유다인, 오정세
이태겸 감독, 배우 유다인, 오정세

‘정은’역을 연기한 유다인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KTX 승무원이 10여 년의 시간 동안 얼마나 어려운 싸움을 했는지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던 시점이었다. 시나리오가 (단순히) 영화 이야기로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또 ”영화가 어떻게 나오든 이런 이야기에 참여했다는 게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았다”고 짚었다.

‘막내’역을 맡은 오정세는 “주변에 ‘막내’같은 인물이 있다. 주어진 환경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최선을 다해 성실히 살아간다. 내가 보기에는 ‘최소한 저만큼은 대우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현실은)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던 중에 ‘막내’라는 인물을 만났다. 그들에게 관심과 작은 응원의 손길을 보낼 수 있다면 나에게도 의미 있는 영화가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오정세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배우상을 수상했다.

그는 “‘막내’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배우 활동을 한다. 누군가가 나를 해고할지라도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나만의 울타리 안에서 내 숙제를 찾고, 해결하면서 계속해서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1월 28일(목) 개봉한다.

● 한마디
바다 위 송전탑으로 상징되는 압도적이고 무자비한 노동 현실 앞. 주인공은 “해고가 죽음보다 무섭다”고 읊조리고 그럼에도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외친다. 영화 시작 ‘인건비 헐값’을 운운하는 소장의 대사부터 ‘돌직구’인데, 중요한 메시지를 대사로 전하는 방식이 노동자의 삶을 이야기하는 주제 의식과 맞물려 작품 전체가 교과서처럼 상투적으로 다가오는 측면이 있다. 반면, 인간의 시야에서 올려다본 무시무시한 송전탑과 고공에서 내려다봐야만 하는 바다를 조망하는 아찔한 앵글은 그 어떤 말보다 강력하게 관객을 몰입시키는 힘이 있는 편이다. 송전탑 소음을 활용한 배경음악 역시 존재감이 또렷하다. 후반부로 향할수록 영화적인 연출이 힘을 발휘하면서 작품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정은’이 ‘막내’를 위해 송전탑에 오르는 마지막 장면은 ‘일하는 존재’이자 ‘타인과 함께하는 존재’인 다수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만 한, 인상적인 클라이맥스다.
(오락성 6 작품성 7)
(무비스트 박꽃 기자)



2021년 1월 20일 수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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