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탈춤, 마당극을 연출하고 배우로 활동한 이태겸 감독은 노동 문제를 다룬 영화로 영화 연출을 시작했다. 영화 워크샵을 나온 후 처음 연출한 영화 <1984: 우리는 합창한다>는 울산 조선소 노동자들을 다룬 다큐멘터리였고, 제31회 서울독립영화제 단편 경쟁부문에서 상영된 단편 <복수의 길>은 사장에게 돈을 받지 못한 두 이주노동자가 복수를 하는 현실 풍자극이었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시선상을 수상한 데뷔작 <소년 감독>도 주인공의 아버지가 영화 노동자로서 살았던 만큼,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까지 전작이 노동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셈이다. 이태겸 감독은 일관된 자신에 필모그래피에 대해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인간성의 회복을 염원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우리 사회의 대부분은 스스로가 노동자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노동자이고, 특히 사무직 노동자들은 현장직 노동자들과 같은 노동자라는 공감대가 적어 그들의 애환을 타인의 고통으로 여긴다. 이에 대해 이태겸 감독은 ‘좋은 문학, 좋은 영화는 타인에 대한 이해를 확대시키는 과정에 있다고 믿는다’며 서로에게 공감하는 세상을 위한 영화를 연출한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이러한 감독의 신념의 연장선에서 사무직에서 현장을 경험하는 ‘정은’과 그에게 기꺼이 손을 내미는 ‘막내’를 통해 현실은 냉정하게, 사람은 따뜻하게 담으며 ‘한국의 켄 로치’의 탄생을 목격하는 영화로 다가갈 전망이다.
Filmography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2020), <소년 감독>(2007), <복수의 길>(200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