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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작 리뷰 -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 당한...
제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2000년 7월 19일 수요일 | 오현정 기자 이메일
"저번처럼 4만원짜리 한 번 하고서 살려주시면 안 되나요?"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 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남기웅 감독)]는 특이하고 긴 제목에 나타나듯이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 당한 여고생이 다시 살아나 여전히 대학로에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엔딩 크레딧에 소개된 역할명 '학교를 밝힐 수 없는 여고생'은 대학로에서 오빠와 아빠 사이를 오가며 매춘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업 중에 하필이면 담임 선생님에게 들키고 만다. 그녀는 선생님에게 "저번처럼 4만원짜리 한 번 하고서 살려주시면 안 되나요?"라고 제안하며 낯선 곳으로 향하고 그 곳에서 담임 선생님의 사주를 받은 3명의 남자들에 의해 토막살해 당한다. 그러나 그녀는 한 과학자에 의해 '킬링머신'으로 재생되어 자신을 토막살해한 세 남자와 담임선생님에게 복수를 한다.

[대학로에서… 있다]는 시놉시스만 보더라도 흥미진진한 얘기다. 게다가 이 영화는 디지털 카메라로 제작된 영화로서 필름 영화가 보여줄 수 없는 자유롭고 역동적인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 디지털 영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거친 화면은 다소 엽기적이고 은밀한 내용을 표현하기에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다. 또한 영화는 화면 전체가 빨강, 노랑, 초록 등 알록달록한 색이 쓰여 판타스틱 분위기의 예쁜 영상으로 만들어졌다. 각본, 촬영, 연출을 맡은 남기웅 감독은 자신이 직접 만든 광각렌즈와 기기들을 사용해 촬영을 했다. 디지털 카메라를 굉장히 사랑하는 그는 [대학로에서… 있다]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구사할 수 있는 모든 테크닉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경쾌한 카메라의 테크닉에 비해 영화의 메시지나 대사처리 등에서는 다소 미흡한 점이 보인다. 영화는 원조교제나 학교폭력, 결손 가정 등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것들을 담으려고 했다. 그런 나머지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씨발'과 '개 같은 년' 류의 단어가 너무 자주 튀어나온다. 예쁜 영화를 굳이 못 살게 구는 것 같은 느낌이다. 또한 영화에서 토막살해 당한 여고생이 '공각기동대'의 여주인공 같은 킬링머신으로 재생된 후 '맨 인 블랙'처럼 등장해 자신을 죽였던 세 남자와 담임선생님에게 복수하는 모습은 꼭 한국판 여고생 버전 '니키타'를 보는 듯 하다. 그래도 [대학로에서… 있다]는 사랑스러운 영화다. 쬐그만 디지털 카메라에 흠뻑 빠진 감독의 다양한 시도만으로도 굉장히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이런 디지털 영화를 일반 극장에서 마음껏 볼 수 없는 현실이 왜 이렇게 안타까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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