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카펜터를 기억하는가. 많은 컬트 팬을 거느리고 자신만의 독특한 호러 영화세계를 구축해온 그가 3년 만에 신작을 들고 돌아왔다. 그가 마지막으로 선보였던 작품은 <슬레이어>란 영화로 뱀파이어와 헌터의 대결을 화려한 영상으로 그려 개봉당시 전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필시 돈을 많이 들였을 법 한 영화임에도 어쩐지 뭔가 허전하고 비어보이고 싸구려인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존 카펜터라는 이름 뒤에는 대부분의 영화들이 조제된 듯한 느낌의 싸구려적인 냄새가 풀풀 풍겨옴을 느낄 수 있다. 처음부터 돈이 없어서 싸구려로 찍은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싼 것처럼 보이게 하는 느낌. <뉴욕탈출>, <빅 트러블>, <공포탈출>등이 그의 대표적인 싸구려 느낌의 비싼 영화들이다. 의도적인 싸구려 분위기를 만들어 내던 감독이 메이저 영화사와 손을 잡고 <엘에이2013>을 만들어 냈을 때 스튜디오는 혀를 내둘렀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했을 때 이 영화의 매력은 바로 이러한 쌈마이 스타일의 존 카펜터만의 농담이 아닐까. <엘에이2013>에서 성전환자로 나왔던 팜 그리어가 이번에는 레즈비언 기질을 가진 캡틴으로 등장하고, 창백하고 끔찍한 귀신들은 <뱀파이어>에 나왔던 악당들의 얼굴에 피어싱을 조금 했을 뿐이다. 섬뜩한 느낌을 주는 가위와 칼 부메랑 등의 모습은 지나치게 과장되고 심하게 말해 유아스럽기까지 하다.
지나치게 섬세한 공포로 화면을 휘감던 일부 호러 영화들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이런 카펜터 식의 영화에 이질감을 드러낼 수도 있겠다. 특히 <더 헌팅>, <13고스트> 등과 같이 CG가 화려한 작품들을 기대 하는 이들에게는 더더욱 실망만 느끼는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앞서 말한 어떤 영화도 이만큼 유머스럽고 재치있으며 감독의 특성을 자연스럽고도 정확하게 드러내는 작품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닐까. 디지털화 된 영화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특별히 이런 영화도 한번쯤 권하고 싶은 것이 필자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