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자끄 베넥스가 돌아왔다. <디바>, <베티블루>등의 작품으로 독특하고 신비로운 느낌의 영상미학을 선보였던 그가 오랜 침묵을 깨고 섬뜩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은 신작 <모탈 트랜스퍼>를 공개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은 전작들에 비해 스토리 구조가 더욱 모호하며, 더욱 더 짙은 푸른 빛으로 화면을 휘감는다. 여전히 정신분석학 적인 측면을 들먹이며, 관객과의 거리 두기를 보여주는 이 영화는 다만 전작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감독의 여유로움 때문인지 약간의 유머와 장난기 어린 수수깨끼 등을 풀어 놓았다는 것이다.
이 영화가 이야기 하려 했던 주제는 전이와 동화가 아니었을까. 환자들의 고백과 뒤에서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정신과 의사는 어느 순간 환자의 세계와 자신의 모습을 겹치면서 혼돈과 낯설음으로 빠져들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가 진행 될수록 주인공의 감정과 혼란스러움이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이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정신상담소의 소파 위는 인간이 스스로의 모습을 모두 까발리는 장소로 사용되며,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모든 것을 털어 놓은 사람들에게 상담의는 무관심과 권태로움으로 일관한다. 상담자는 자신의 세계에 상담의를 들여 놓기를 희망하고 영화는 이러한 상담의와 상담자의 관계를 미묘한 스릴과 웃음으로 포장하고 있다.
한 때 이런 영화가 극장에 걸리기만 하면 흥행이 되는 시절이 있었다. 소위 씨네키드로 불렸던 그들이 과연 얼마나 남았고, 또한 얼마나 이 영화를 반길 것인가 하는 것이 가장 큰 성공의 열쇠가 아닐까. 너무 가볍기만 한 아무런 생각이 없는 영화들의 홍수 속에서 푸른 빛의 신비로움 속으로 한번쯤 몸을 던지고 한 폭의 그림 같은 영상에 심취해 보는 것은 어떨까? 덤으로 웃지 못할 황당한 사건들과 영화가 끝난 뒤에도 다양한 의견을 유추해 낼 수 있는 스토리 라인은 간만에 당신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