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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저블맨>을 봐야 하는 이유
2020년 3월 4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남편으로부터 정신적, 물리적 억압에 시달리는 여성과 공상 과학의 고전 캐릭터인 ‘투명인간’과 접목, 흡사 악령·호러물 같은 액션 구성
 <인비저블맨>
<인비저블맨>

저예산 고효율을 자랑하는 블룸하우스 답게 대략 700만 달러(약 83억원)의 제작비로 놀라운 상상력을 스크린에 펼친다. <쏘우>(2005)의 주인공이자 이후 배우로 각본 겸 연출가로 활동해 리 워넬이 메가폰을 잡아 최근작 <업그레이드>(2018)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연출력을 선보인다. 엘리자베스 모스는 ‘세실리아’로 분해 사랑과 모성에 발목 잡히지 않는, 한층 진일보한 여성 캐릭터를 완성한다.

 <인비저블맨>
<인비저블맨>

남편의 정신적·물리적 억압에 시달리는 여성

줄리아 로버츠 초기 대표작 중 하나인 <적과의 동침>(1991) 속 주인공 ‘로라’(줄리아 로버츠)는 부자에 미남이지만, 심한 결벽증과 의처증으로 구타를 일삼는 남편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떠나기로 결심한다. 몰래 도망칠 준비를 한 ‘로라’는 남편과 함께 요트를 타고 바다에 나간 어느 날 사고를 일으키고 익사로 가장해 영원히 남편 앞에서 사라져 버린다. 이후 진실을 알게 된 남편의 끈질긴 스토킹과 위협에 시달린다.

블룸하우스 신작 <인비저블맨>의 오프닝을 보자면 바닷가에 위치한 그림 같은 전망을 지닌 저택 한가운데 전면이 통유리로 된 침실을 비추며 시작한다. 모던함을 넘어 황량한 인상마저 주는 공간에서 소시오패스 남편이 잠든 사이 조심스럽게 도망치는 ‘세실리아’(엘리자베스 모스)는 언뜻 <적과의 동침> 주인공 ‘로라’를 떠올리게 한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한 남편으로부터 탈출한 ‘세실리아’는 극도의 불안감에 지인의 집에 은신한다. 남편의 추적이 두려워 현관문을 여는 것도 힘들었으나 조금씩 일상에 복귀하던 중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세실리아는 처음에는 그의 죽음을 의심했으나 점차 받아들이고 남은 인생을 계획하게 된다. 하지만 보이지 않되 존재하는 무언가를 느끼기 시작한다.

인비저블맨은 세실리아 주위를 맴돌며 그녀를 점점 주위로부터 고립시켜간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기에 이른다. 정말 인비저블맨이 존재하는 것일까. 세실리아 혼자만의 망상은 아닐까.
 <인비저블맨>
<인비저블맨>

공상 과학 고전 캐릭터 ‘투명인간’을 소환

만화, 소설, 영화에서 ‘투명인간’은 꽤 매력적인 콘텐츠로 형태와 모양 그리고 각기 지난 사연도 가지각색인 캐릭터로 변주돼 왔는데 그 시작은 1897년 허버트 조지 웰스가 발표한 소설 < The Invisible Man)이다. 무려 120년 전이 넘는 공상과 상상의 산물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영화 <투명인간>(1933)부터 <할로우 맨>(2000)까지 그간 ‘투명인간’은 대부분 과학의 오만한 남용으로 인한 예기치 못한 결과로 탄생했다. 대체로 투명인간이 된 이들이 점차 그 힘에 잠식당한 나머지 악용하게 되면서 나쁜 일을 행하는 패턴이었다. 주로 붕대, 모자, 선글라스, 양복 등 소품과 의상을 통해 투명인간을 가시적으로 표현하곤 했다.

블름하우스표 ‘투명인간’은 탄생도 외양도 고전과 궤를 달리한다. 세실리아 남편의 직업을 괜히 ‘광학 전문가’로 설정한 것이 아닐 터.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투명인간을 구현해 감탄을 이끌어낸다.
 <인비저블맨>
<인비저블맨>

악령이 등장하는 공포물 같은 신과 액션 구성

오직 세실리아만이 남편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다른 이는 보지도 느끼지도 못한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그렇다면 세실리아의 망상이 아닐까 혹은 극도의 혼란에 빠진 나머지 환각을 보는 것인가.

입김, 앉은 흔적이 남은 의자 등 영화는 초반부터 인비저블맨의 존재 여부를 꽤 확실히 알려주는 편이다. 이후 세실리아가 보이지 않는 존재를 쫓고 그와 대결을 벌이는 과정은 흡사 악령을 앞에 두고 벌이는 싸움과 흡사하다. 목을 잡혀 바닥에서 끓여 올려지고, 테이블이 갑자기 뒤집히고, 머리채가 잡히는 등 초월적인 힘을 가진 악령이 인간을 상대로 놀이하는 듯한 모습이다. 다만 우리 눈에는 혼자 원맨쇼 하는 듯한 세실리아만 보일 뿐.



2020년 3월 4일 수요일 | 글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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