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꽃 기자]

정승오 감독, 배우 장리우, 이선희, 공민정, 윤금선아, 곽민규, 송희준 (왼쪽부터)

아버지 묘 이장을 앞두고 막내 남동생을 찾아 나서는 4자매의 로드무비 <이장>(제작: 영화 <이장移葬>제작위원회)이 20일(목)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언론시사회를 열었다. 이날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정승오 감독, 배우 장리우, 이선희, 공민정, 윤금선아, 곽민규, 송희준이 참석했다.

<이장>은 아버지 묘 이장을 앞둔 4자매 ‘혜영’(장리우), ‘금옥’(이선희), ‘금희’(공민정), ‘혜연’(윤금선아)이 가부장적인 큰아버지의 강권에 따라 집안의 유일한 아들이자 ‘장남’인 막내 남동생 ‘승락’(곽민규)을 찾아 나서며 시작하는 이야기다.

퇴직 위기에 놓인 싱글맘 첫째 ‘혜영’, 남편 때문에 속앓이하는 둘째 ‘금옥’, 결혼을 앞두고 돈 걱정이 앞서는 셋째 ‘금희’, 대학 졸업을 미루고 열렬한 페미니즘 운동을 벌이는 넷째 ‘혜연’은 연락이 두절된 남동생을 찾아 나서는 차 안에서 티격태격 말싸움을 주고받는다.

가부장제 아래서 저마다의 고단한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네 자매는 우연히 남동생의 전 여자친구 ‘윤화’(송희준)의 존재를 알게 되고, 문제적 당사자인 남동생 ‘승락’과 마주한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CGV아트하우스 창작지원상을 받았고 제25회 바르샤바국제영화제 넷팩상, 신인감독경쟁 대상 2관왕에 오른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정승오 감독은 “어릴 때 누군가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의미 있는 제사 의식에서 여성이 차별받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고 없고가 결정되는 상황을 둘러싼 정체가 무엇인지 생각했다”며 영화를 떠받치는 정서에 관해 이야기했다.

남동생 ‘승락’역을 맡은 곽민규 역시 “명절 때 가족 중 여성은 절을 하지 않는 부분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여자 형제는 없지만, 연기해보니 누나들(배우들) 마음에 공감이 갔다. 말없이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남동생이 있으면 얄밉고 화날 것 같다”고 경험을 보탰다.

정 감독은 “(영화제를 통해) 다른 나라에서 상영할 때도 공감을 많이 해줘서 신기했다. 가부장제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퍼져있는 남성 중심적인 문화이고, 지금은 많이 쇠약해졌지만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있다. 그것이 가족 안에서 성 역할을 구분 짓고 차별을 만든다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연출 방향성을 전했다.



첫째 ‘혜영’역을 연기한 장리우는 “(영화처럼) 실제로 첫째이고 막내 남동생이 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아버지도 가부장적인 면이 많으셨다. 영화에 공감 가는 부분이 너무 많았고 아버지가 생각나는 순간도 많았다”고 언급했다.

둘째 ‘금옥’을 연기한 이선희는 “로드무비이다 보니 차 안에서 (배우들이) 오래 같이 있었다. 영화를 끝내고 다시 만났을 때는 다들 자기 얘기만 하느라 너무 시끄러웠다. 마치 명절에 오랜만에 만난 가족처럼”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82년생 김지영>에서 첫째 딸 ‘은영’역을 맡고 <이장>에서 셋째 ‘금희’를 연기한 공민정은 “사회적인 이슈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역할을 맡은 데 큰 자부심이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넷째 ‘혜연’역을 맡은 윤금선아는 “어릴 때 할머니가 남자라는 이유로 남동생에게 세뱃돈을 더 주곤 했다. 극 중 ‘혜연’은 그런 작은 일들이 쌓여 상처가 돼 소리치는 인물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승락’의 여자친구 ‘윤화’역을 맡은 송희준은 “5남매는 많이 다투지만 중간중간 웃기도 한다. 말로 하지 않아도 아는 부분도 있다. 그런 모습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이장>은 3월 5일(목) 개봉한다.

● 한마디
- 아버지 묘 이장을 위해 모인 4자매. ‘장남 없이는 안된다’는 큰아버지의 고집스러운 강권에 결국 막내 남동생을 찾으러 나선다. 기본적인 책임마저 회피하고 살아가는 철없는 남동생을 과연 ‘장남’이라는 이름으로 대접할 수 있는 걸까. 기묘하기 짝이 없는 가부장제 사회로 돌진하는 4남매의 로드무비 속에서 “고추가 벼슬이냐”고 소리치는 어떤 딸의 목소리가 특히 재미있다. 가부장제에 질려버린 이들 대신 일갈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보배 같은 드라마.
(오락성 8 작품성 8)
(무비스트 박꽃 기자)

2020년 2월 24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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