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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80년대 '어떤날' 이란 듀엣 그룹으로 적잖은 명성을 누렸던 클래식 기타리스트 이병우, 주위에 그를 열렬히 갈망하고 그에게 경도된 추종자들이 하나 둘씩 늘어갈때쯤 돌연 클래식의 본고장인 오스트리아의 빈으로 홀연히 유학을 떠나버린… 그의 10년이라는 짧지않은 유학생활이 우리네에겐 상실의 시간이 되어버리기라도 한 듯 야구모자를 즐겨 쓰는 그의 외모는 아직도 수줍은 청년과도 같다.
작년 이맘때쯤 그의 귀국에 맞춰 그의 앨범들이 재발매된 탓에 그나마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고는 하나, 워낙에 긴 유학생활의 기다림에 지친 음악 팬들에겐 이번 [스물넷] 사운드트랙은 보통 반가운 음반이 아닐 수 없다.
필히 그의 음악은 지루하기도 하다. 요즘의 현락한 전자 악기와 최첨단 세션들이 총동원된사운드에 비하면 비교도 안될만큼… 하지만 그의 음악은 성경에서 말하는 천사들의 나팔소리와 같다. 준비된 자들에게만 들리는 나팔소리처럼 이병우가 들려주는 그 무한한 아름다움은 준비되어진, 그의 음악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맘의 문이 열린 자에게만이 내려지는 궁극의 선물이라고나 할까…
기타에 메달려진 쇠줄이 이리도 아름다운 소리를 발할수 있을까 싶기까지한 이병우의 음악은 뭐 하나 명확히 정해진 것 없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고뇌에 방황하는 스물넷이라는 상징적인 이미지를 위한 궁극의 세레나데이다.
슬픔과 아련함이 더없이 밀려오지만 때로는 그 안에서 작은 희망이나 기쁨을 발견해낼 수 있고, 때로는 그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보이는 데에서도 살아있다는 증표가 되어주듯이 분노를 느낄수도 있다.
이제 당신이 지나온, 당신이 걷고있는, 당신이 맞게 될 스무여의 그 마술상자 같은 시간을 이병우의 음악과 함께 할 당신의 준비만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