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꽃 기자]
1997년 설립 이후 멸종 위기 동물을 보전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청주동물원의 사정을 들여다본 다큐멘터리 <동물, 원>(제작: 케플러49 오디오비주얼)이 22일(목)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시사회를 열었다. 이날 자리에는 왕민철 감독과 영화에 출연한 김정호 수의사가 함께했다.
<동물, 원>은 서울대공원, 에버랜드와 함께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된 청주동물원 사람들의 일과를 조명한다. 태생적 장애나 후천적 사고로 야생에서 적응할 수 없는 동물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안락사 대상이나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 이들의 역할을 근거리에서 지켜본다.
인공수정, 출산, 근육 퇴화로 인한 디스크 수술 등 인간사만큼 다양한 동물 90여 종의 삶을 돕는 데 힘을 모으던 사육사와 수의사는 이따금 동물을 위한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동물을 가둬 인간을 위한 전시 거리로 전락시킨다는 비판적 인식이 고조된 사회적 분위기에도 소신을 잃지 않고 일하는 동물원 사람들의 이야기로 왕민철 감독은 제16회 서울환경영화제 대상,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 ‘젊은 기러기상’을 거머쥐었다.
왕민철 감독은 “어떤 형태든 동물원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연출 취지를 전했다.
왕 감독은 “동물원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에 대한 피상적인 반감이 있었지만 촬영을 해보니 그런 감정은 무지에서 온 게 아닐까 싶더라”고 말했다.
또 ”야생에서 멀쩡히 살다가 동물원에 잡혀 온 동물도 분명 있지만, 현재 동물원의 대다수는 이미 동물원에서 태어난 동물이다. 야생으로 돌아가도 살 데가 없다. 불법으로 멸종위기종을 수입해 판매하던 업자가 단속에 걸린 뒤 남겨진 동물을 위탁받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시점에서 한국의 많은 동물원이 새로운 방향 모색해야 할 때”라면서 “동물원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면 문제점을 충분히 드러내면 공감을 끌어내 발전된 동물권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특히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동물을 위한 개선을 모색하는 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언급했다.
영화에 출연한 청주동물원 소속 김정호 수의사는 “결국에는 동물원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보호받아야 할 동물을 당분간 데리고 있는 ‘생추어리’같은 기능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말을 보탰다.
김 수의사는 “다리가 잘리거나 안락사 대상이 된 동물은 이미 야생에 나가서 살 수 있는 동물이 아니다. 최근에는 웅담 채취용으로 사육된 곰 오백 마리 중 두 마리를 동물원으로 데리고 오게 됐다”며 실정을 전했다.
이어 “미국 애리조나 소노라 사막 박물관은 그 지역에 사는 동식물 만을 다룬다. 멸종돼 가는 지역 토종 동물이 다치면 보호하고 다시 서식지로 나가게 도와주면서 동물원이 생태계와 소통하는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하고 싶다”고 전했다.
또 “나 같은 수의사나 영화에 나오는 사육사는 멸종 위기에 놓인 야생동물을 다룬다는 자긍심이 있는 분들이다. 우리가 하는 일이 나쁘지 않고, 또 그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독에게) 솔직하게 동물원의 뒷공간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동물, 원>은 9월 5일(목) 개봉한다.
● 한마디
-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동물권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 장애와 부상, 마취와 수술, 인공수정과 출산 등 인간만큼 다양한 동물 세계의 문제에 정성스럽게 다가서는 사육사, 수의사를 보는 것만으로도 동물원과 동물에 관한 여러 생각을 품게 된다.
(오락성 5 작품성 6)
(무비스트 박꽃 기자)
2019년 8월 26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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