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네 살에 나는 군에 있었다. 22살에 갔으니까... 군에서 반년, 사회에서 반년을 살았다고 하는 게 옳겠다. 군에서 나는 늘 한쪽 구석에 처박혀 혼자서 우울함을 씹곤 했던 조금은 쓸쓸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말 좀 해라'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다. 하지만 이유야 모르겠지만 말하는 것도 누군가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이 한없이 버겁고 귀찮은 일이었다. '혼자 내버려둬!'를 끊임 없이 외치면서 그렇게 세상을 등지고 싶어했다. 수년의 세월이 흐른 뒤, 사회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받아 주었고, 그 속에서 그 옛날 나의 모습은 웃음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흔적을 감추고 말았다.
스물 넷이란 나이를 생각하면 지금은 시켜도 하기 힘들 정도의 사색과 고민 그리고 사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떨었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6년이란 예비교육을 받고 대학 생활도 2년이나 했다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었고 그런 사실은 공포로 나를 휘감고 스스로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가 원망스러워지는 순간이다. 머리 속에 부담스러운 잡스러움만 가득 밀어 넣고 막상 필요한 것은 하나도 주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24년의 시간이 무의미 하게 다가온다.
임종재 감독의 신작 <스물 넷>은 당시의 방황하던 나의 삶과 너무 많이 닮아 있어 꼭꼭 감춰 두었던 일기장을 꺼내보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실제로 스물 네 살의 나이에 공익근무 요원이었다는 시나리오 작가의 생생한 느낌이 무엇보다 가슴 깊이 아련함을 느끼게 했다. 꼭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한다거나 이미지에서 새로움을 발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볼 필요가 없는 현실에서 쉽게 마주 할 수 있는 이야기. 그것이 <스물 넷>이라는 영화의 모토가 아닐까.
이병우의 서정적인 음악과 풋풋한 느낌의 신인 연기자들은 오히려 기성 연기자들에 비해 신선함을 더하고 방황하는 젊음을 그리는데 상당히 유효 했다는 생각이다. 온통 비싸고 화려한 한국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 이 같이 특화된 영화가 종종 등장해 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아! 청춘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