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사실 <유 캔 카운트 온 미>같은 비디오의 리뷰는 가정의 달 5월에나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데, 1월에 출시된 작품이라 5월까지 아껴두기가 힘들 것 같아서 미리 이야기를 하려고 해.
영화의 내용은 매우 가족적이야. 부모님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그 이후 두 남매가 어떻게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는지, 어떤 갈등을 하는지 그리고 화해의 모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담담한 화면에 담아내고 있거든. 뭐 특별한 영화적 재미를 찾는 사람이라면, 딱히 기승전결 어쩌구 하는 이들에게 이 영화를 권해 줬다가는 돌 맞을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어떤 느낌이라고 하면 될까... 텔레비전 단막극의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분위기라고 하면 될까? 그냥 느낌은 그래.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과정'이야. 우리나라 사람들 정서와는 맞지 않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 '과정'에 있어. 영화가 이야기 하는 것은 부모님을 잃은 남매가 왜 서로 같이 살지 못하는지, 어떻게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게 되었는지, 정말 꼼꼼하고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거든. 모든 것이 디테일하고 사소한 일들의 누적으로 스토리가 전개 되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서 '아!' 하는 느낌을 거부 할 수는 없을 거야.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유명한 배우들은 아니지만, 로라 리니, 매튜 브로데릭, 마크 러팔로 등의 호연은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케네스 로니건의 연출역은 안정적이면서도 부드럽기 그지 없어.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말이야. 마크 러팔로가 출연한 영화가 조금 있으면 비디오로 나올거야. <라스트 캐슬>이라고 로버트 레드포드의 얼굴이 블루톤으로 장식된 포스터의 그 영화야. 사람이 어떻게 다른지 연기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는 것도 꽤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군.
봄도 되고,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보니 좋은 추천 글이 되지는 못했지만 지금 나 같은 몸 상태로 우울해진 기분을 포근함으로 달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 영화를 적극 추천하고 싶어. 외롭고 쓸쓸한 기분이 가족이라는 이름의 온기로 조금 따듯해 질 수도 있거든. 오랜지 빛 자켓이 매력적인 <유 캔 카운트 온 미>를 빌려 보라구. 재미 없으면... 항의 메일도 감수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