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한국 박스오피스를 흔든 작품은 미국에서 이미 1억 8천만불을 벌어 들이고, 세계적인 빅 히트를 기록중인 <오션스 일레븐>이다.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이 영화에 등장하는 스타들에 대한 이야기와 스티븐 소더버그의 네임 벨류, 또한 이 영화가 원작을 가진 리메이크 작품이란 소리를 이 귀중한 페이지를 통해 다시 떠들고 싶지는 않다.

일단, 필자는 영화가 너무 재미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어둠 속으로 들어가 화려한 출연진들의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상당한 기쁨을 주었기 때문이다. 있는 척 하지도 않고, 비싼 척 굴지도 않는 이 영화는 한마디로 귀여움이 뚝뚝 떨어지는 소품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필자의 말에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몇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

9Ksun : 전 이 영화 별로 였어요. 소문에 그렇게 볼 거리가 많고 재미있다고 해서 잔뜩 기대하고 봤는데, 오히려 다들 웃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것 같아 보였어요. 왜 다 같이 웃어야 하는 것인지, 왜 다들 영화를 즐겨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니까 영화에 집중이 힘들었어요.

JS10 : 그래요? 아무 생각 없이 봤더니 난 너무 웃기던데? 마냥 귀엽기만 해서... 내 옆자리에 앉아 있어서 시끄러웠겠어요... 너무 영화를 재미나게 봐서...

9Ksun :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쥴리아 로버츠는 왜 그렇게 내내 방방 뛰는지... 필시 대니오션이 홀딱 반할 법한 매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질 못하쟎아요. 정말 엘레강스 럭셔리 드레스를 걸치고 나오는데, 삐그덕 거리면서 걸어다니는 폼이 너무 아니었어요.

JS10 : 그래도 웃으니까 이쁘던데요? 물론 나이를 먹으니까 얼굴에 주름이 많이 생겨서 예전 같은 풋풋한 매력은 많인 죽은게 사실이죠. 근데, 그렇게 재미가 없었어요? 옆에서 보니까 다들 웃느라 정신 없을 때도 혼자 '쿡쿡' 하기만 하던데요...

9Ksun : 어머나, 많이 웃긴 했어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어쩐지 웃음을 강요 당하는 것 같아 그게 불쾌했을 따름이에요.

JS10 : 잘생긴 브래드 피트에게 갈색 가발을 덮어 씌우고, 다들 영화가 끝났다고 일어서려 하는데, '3~6개월 뒤'라는 멘트가 뜨고... 그런 모든 것이 전 귀엽게 보이기만 했어요. 내가 영화에 너무 몰입해서 그런가?

9Ksun : 근데, 이게 과연 소더버그 영화가 아니라 무명 감독의 작품이라도 사람들이 이만큼 호감을 보였을까요? 줄줄이 콩사탕처럼 유명 배우가 나오지 않아도 관객들이 극장을 찾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별로 큰 영화도 아닌데, 정말이지 억지로 끌려 가는 것 같아서 불쾌하더라구요. 단지 그것 뿐이에요. 나도 영화가 그렇게 나빴다고 생각하지는 않구요... 웃음도 있고 기쁨도 있고... 무엇보다 해피엔딩이란 사실이 뿌듯했다고나 할까... 그랬어요...

JS10 : 맞아... 대니 오션은 좋겠죠? 돈도 얻고 사랑도 얻고... 보편적인 기대에 부응하는 영화가 전 좋아요. 단순해서 그런가?

9Ksun : 참... 그거 아세요? 원래 원작은 돈이 홀라당 다 타버리는 것으로 끝이 난다고 해요. 이번에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를 한 것은 우울해 하는 미국 관객들에게 기쁨을 주려고 그런건 아닌가 싶어요.

JS10 : 그래요. 다음에도 종종 같이 영화보고 좀 떠들어 봅시다. 맨날 바쁘다고 따로 영화 보러 다녀서 의견 나누기가 너무 힘들잖아요. 머리 하나로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기 보다는 이것 저것 다 생각해 볼 수 있고 좋은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