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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한 젊음, 드디어 화장실을 탈출하다
슬랙커즈 | 2002년 2월 28일 목요일 | 우진 이메일

[슬랙커즈]는 젊음의 열정과 낭만이 출렁이는 대학캠퍼스를 배경으로 꽃미남과 꽃미녀가 사랑을 꽃피우는 과정을 그린 고전적인 헐리우드 청춘 로맨스 코미디물이다. 남녀 사이에 밀고 당기는 아기자기한 로맨스를 우려먹다 지쳐 급기야 그 싱그러운 젊은이들을 고약한 냄새 폴폴 진동하는 화장실이며 음침한 침실로만 끌어들이기 급급한 요즘 미국 청춘 코미디들이 다분히 편치 않았던 터라, [슬랙커즈]에 대해서도 그리 곱지 않은 우려를 보냈던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슬랙커즈]의 각본을 맡은 사람이 [아메리칸 파이2]의 원안을 썼던 데이빗 H. 스타인버그라니.

하지만 다행히도 [슬랙커즈]는 화장실 유머가 비교적 덜 섞인 건전한(?) 영화 축에 속한다. 이 영화도 주류의 엽기발랄 컨셉을 고수하긴 하지만, [슬랙커즈]가 구사하는 엽기란 것은 오히려 순진한 구석이 있다. 여주인공 안젤라를 흠모하는 스토커 에단이 영화 전체의 엽기성을 고스란히 짊어지는데, 그는 이리 치이고 저리 밀리고 덤벙대고 나서고 까불다 거꾸러지고 왕창 찌그러지고 스타일 구기고 남김없이 망가지는 전통적인 '또라이' 캐릭터이다. 그의 과장된 엽기 행각은 그러나, 실상 일반인과 아주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방 가득 안젤라의 사진으로 도배하고 한밤중 그녀의 창문 아래에서 세레나데를 부르고 그녀의 머리카락한 올조차 소중히(?) 간직하지만, 정작 안젤라 앞에서는 버벅대는 그의 행동은 사랑에 빠진 보통 사람의 모습이 아닌가. 물론 영화에서는 유머를 위하여 에단의 캐릭터에 유치한 이스트를 넣고 펑 부풀리긴 하지만, 그를 향해 황당한 웃음을 웃다 애처로운 연민을 느끼는 것은, 주인공 선남선녀 커플을 방해하는 고약한 그의 훼방마저 무작정 밉지만은 않은 것은, 거품 쏙 뺀 에단은 어쩌면 그저 사랑에 실패해 낙담한 한 가련한 인간으로 인식되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슬랙커즈]는 깜찍한 면모 또한 가지고 있다. 깜짝 게스트 카메론 디아즈와 지나 거손이 도발적인 포즈로 등장하는 발칙한 상상이라든지, 고뇌하는 데본 사와의 모습에 오버랩되는 합창단의 노래, 삼총사가 뜬금없이 하늘을 나는 장면처럼 자칫 흐름을 '깨는' 장면 또한 애교스러울 정도로,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유쾌 상쾌 경쾌하다. 물론 이런 분위기 조성에는 데본 사와, 제임스 킹 등 풋풋하고 상큼한 배우들도 한 몫한다(흐흐).

[슬랙커즈]는 시간 죽이기에 제격인 영화이다. 하는 짓마다 어처구니없는 괴짜 엽기 캐릭터 구경은 어쩔 수 없이 웃기고, 모든 장애를 물리치고 해피엔딩을 일궈내는 커플의 사랑 이야기는 (늘 그렇듯) 괜히 흐뭇하다. 약간의 우울따위는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로(하지만 깊은 우울에는 더덕더덕 짜증만 늘 수 있으니 주의하자). 원초적인 농담이 덜하다는 면에서는 [아메리칸 파이]류의 영화가 꺼려졌던 관객에게도 한결 편안히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슬랙커즈]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청춘! 로맨스! 코미디! 이다.

3 )
ejin4rang
젊음의 세계로   
2008-10-16 16:24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8:20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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