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를 주름잡았던 할리우드 스타를 꼽으라면 당장에 아놀드 슈왈츠네거와 실베스타 스탤론을 꼽겠다. 그들이 나오는 영화는 흥행 보증수표로 통했고, 할리우드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적으로 가장 명성이 높은 대 스타였다. 2002년 갑자기 이들의 영화가 한꺼번에 쏟아져 경합을 벌인다는 사실이 묘한 기분이 들게 한다. 뭔가 추억이라도 하라는 것일까? 한창 잘 나갈 시절... 세계 경제가 한창 부흥해서 여유가 좀 있었던 시절을 회상해 보라는 것일까. 아...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항상 자기 자리를 비슷한 모양으로 맴돌았다면, 실베스타 스탤론은 계속 해서 자신의 모습을 바꾸는 시도를 늦추지 않았다는 것이 좀 다르지 않을까 싶다. 항상 영웅의 모습이나 백치 같이 선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온 힘을 다했던 아놀드는 여전히 고만고만 한 영화들로 자신의 캐리어에 변화를 주는 것을 꺼려하고, 스탤론은 <클리프 행어> <캅 랜드> <겟 카터> 등등 늘상 조금씩은 다른 가능성에 대해 타진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차라리 처음부터 끝까지 스플래터 호러를 찍던지 혹은 액션 스릴러를 만들던지 했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영화는 배우와 감독이 서로의 능력을 이용하려 들다가 죽도 밥도 아닌 엉망진창을 만들고 말았다. 극의 긴장감은 이만큼이나 떨어지고 스토리의 엉성함은 이루 말 할 수도 없이 답답하다. 호러라고 하기에는 너무 안 무섭고, 액션이라고 하기엔 너무 심심하다. 스릴러라고 하기엔 너무 단순하며, 드라마로 보기엔 너무 정신 없다.
스탤론의 이름외에도 폴리 워커, 톰 베린저 등의 중견 배우들을 끼워넣기 식으로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이번 작품은 아니올시다다. 스탤론이 연기에 대해 득도를 하든지 길레피스 감독이 연출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지 않는 이상 두 사람이 다시금 결합해 신작을 만드는 재앙이 다시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사소한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