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를 재미있게 본 사람들에게 먼저 이 영화를 추천한다. 비록 해리슨 포드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때 잘 나갔다는 아놀드 슈왈츠네거의 액션을 비슷한 이미지로 형상화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 <콜래트럴 데미지>의 감독 앤드류 데이비스는 <해리슨 포드의 도망자>로 최고로 높은 흥행에 성공했다. 이전에 <언더씨즈>라는 작품이 전미흥행 1위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긴 했지만, <도망자>에 비할 바 아니다. 이어 나온 <큰 도둑 작은 도둑> <체인 리액션>같은 실망스러운 작품을 선보이며 얼마나 스스로 땅을 치며 후회하며 괴뤄워 했을까? 다시금 대박을 터뜨리고픈 그의 욕망은 심장수술후 재기를 노리는 아놀드 슈왈츠네거의 그것과 맞물리면서 이번 <콜래트럴 데미지>라는 잡종 액션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아놀드 슈왈츠네거는 얼마전 노환(?)으로 심장 수술을 받고 다시금 젊고 팔팔했을 때의 그 옛날의 영화를 기대하고 있다. <엔드 오브 데이즈>로 영화계로 회귀를 선언(?)했다지만, 허를 찌르는 한심한 엔딩으로 관객들에게 물을 먹이고, <6번째 날>에서는 SF에다 인간복제의 문제를 나름대로 의미심장하게 끌어가려했지만 단지 아놀드가 등장한다는 이유로 비난을 들어야 했다. 그런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영화가 얼마나 되었을까? 여전히 정의롭고, 악을 응징하는데는 넘치는 스테미너를 자랑하고, 울퉁불퉁한 근육을 선보이는 마초 근성을 버릴 수 없었던 그가 <콜래트럴 데미지>의 열혈 소방관으로 등장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으리라.
폭파전문 소방관의 탈을 쓰고 FBI도 손쓰지 못하는 테러단을 응징한다는 설정은 너무도 유치하고,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어눌한 아놀드의 영어 발음은 영화를 보는 내내 귀에 거슬리며, 이곳 저곳에서 짜집기 한 듯한 느낌의 영화장면들은 재방송을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지만, 한가지, 마지막 반전이(?) 주는 재미는 좀 그럴싸 했다고 평해주고 싶다. 노력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고, 앤드류와 아놀드가 서로 힘을 합쳐 자신들의 장점을 끌어 올려 시너지 효과를 노리려는 시도에대해서도 나쁘다고만 평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아놀드가 아니라 차라리 해리슨 포드나 스티븐 시걸 혹은 키아누 리브스였으면 더 좋았겠다 싶은 것은 왜일까.
덧말 : 참고로 이영화는 알려진 것 처럼 원래 2001년 9월에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었던 작품이다. 하지만 9.11 테러로 인해 개봉이 무기한 연기되었고, 이제서야 빛을 보게 되었다. 미국과 한국이 동시에 개봉한다는 특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