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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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는 오늘도>는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 경력을 자랑하지만 정작 맡고 싶은 배역의 러브콜은 끊긴 지 오래인 데뷔 십 팔 년 차 중견 여배우의 일상을 담은 작품.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로카르노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되어 호평받은 단편 3편을 모아 3막으로 구성된 장편으로 완성했다.
연출과 주연을 맡은 문소리는 “이렇게 작은 영화에 많은 기자분이 와줘서 고맙다” 며 “그동안 많은 영화를 통해 인사를 드렸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 떨린 적이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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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하게 된 계기에 대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음...영화일을 10여 년 하다 보니 영화가 더 좋아지고 더 관심이 커지더라. 그 결과 조물락 조물락 만들기에 이르렀다. 영화감독이 돼야지 하고 작정한 것은 아니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 대해
“이 영화는 100% 진심이지만, 픽.션이다. 완전한 사실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대부분이 사실에 근거한다”
연출에 있어 신경 쓴 부분에 대해
“연출도 연기도 힘을 빼려고 노력했다. 힘이 들어갈까 봐 걱정했다”
극 중 ‘예쁘다’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내가 데뷔했을 때부터 별로 예쁘지 않은 배우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경력도 없는 신인이 <박하사탕>(1999)에 이천몇백대 일의 경쟁을 뚫고 캐스팅됐었다. 당시 ‘도대체 누구야, 별로 예쁘지도 않네?’ 이런 말들이 많았다. 그때 배우로서 예쁜 게 뭘까 하고 생각했었다. ‘제가 예뻐요? 안 예뻐요?’ 라고 이창동 감독님한테 물어보기도 했는데, 감독님께서 ‘소리야, 넌 충분히 아름답다. 그런데 다른 여배우들이 지나치게 예쁜 거지’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지금은 단순하게 외모의 예쁨이 아니라 행동, 사고가 합쳐져서 그 사람의 아름다움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는데 어렸을 때는 좀 신경을 썼던 것도 같다. 외모에 대해 고민이 많은 시대이지 않나. 한번 같이 생각해 봤으면 하는 의도가 어느 정도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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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과 3막, 그리고 2막의 화면 비율이 다른 이유
화면비에 대해 요즘 다양한 시도가 보이더라. 그걸 따라 한 것은 아니고, 내가 대학원 공부하던 시절에 만들었기에 배운 것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특히, 2막의 경우는 달리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2.35:1로 촬영했다.
늦게 개봉하게 된 이유
그간 단편을 선보였고, 2017년 다양성 영화 개봉지원작으로 선정되어 이제서야 개봉하게 됐다.
배우자인 장준환 감독이 직접 출연했는데
“다른 배우는 모두 캐스팅을 했는데 남편역은 캐스팅을 못 했다. 사실 장현성 배우가 했으면 했는데 스케줄 상 힘들었다. 남편에게 한 씬만 부탁했는데 완강하게 거절하더라. 결국, 합의를 본 게 뒷모습과 어깨만 나오도록 촬영하는 거였다. 그런데 막상 촬영 들어가니 본인이 더 열심이더라”
한국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건
“다 아시다시피 녹록하지 않다. 하지만 힘들다고 찡그리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을까. 변화를 위해 반 발짝이라도 움직여보는 게 중요한 거 같다. 그래서 고민하고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개봉까지 온 것도 움직임의 일환이 아닐까 싶다”
극 중 ‘예술이냐, 아니냐’ 언급이 많은데
사실 술김에 혹은 치기에 ‘그런 건 예술이 아니야’라고 과격하게 말 한 적도 있었다. 18년 동안 영화를 하면서 많은 예술가를 만났는데, 그들은 스스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 있고 그것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더라. 그 과정에 함께 했을 때 내가 행복하구나 하고 느꼈다. 앞으로도 그런 분들과 더 많은 작업을 했으면 하고 바란다.
각본 집필 과정은
1막은 수월하게 금방 쓴 데 비해 2막은 몇 달에 걸쳐 열 번도 넘게 수정했던 거 같다. 2막의 경우 사실, 진심, 거짓, 욕망 이런 것들이 모두 내 안에서 섞이다 보니 많이 힘들었다. 3막의 경우는 2막보다는 쉽게 써졌던 거로 기억한다.
촌철살인 대사가 많은데, 애드립인지
애드립은 거의 없다. 내가 신인 감독이다 보니 여유가 없고 99.9% 대본 그대로 충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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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마지막 대사 ‘감독은 아무나 하나, 연기나 똑바로 해라’ 에 담긴 뜻은
“진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한 가지 일도 열심히 하는 것이 사실 힘들고, 또 어떤 면에서는 내 인생이라고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만도 아닌 거 같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즐겁게 새로운 도전을 해볼 거다. 물론 지금 나한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엄격하게 자문하려 한다”
지향하는 연출 스타일
“자기의 스타일이 생기면 그는 이미 거장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인지하고 본인도 알 수 있는 스타일을 지녔다면 말이다. 나는 아직 그런 걸 생각할 단계가 아니다”
연출에 관한 향후 계획은
내 안에서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내가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혹은 아무도 안하려 하면 다시 할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글쎄 모르겠다.
마지막 인사
“신인감독이다보니 굉장히 자세가 낮춰지고 겸허해진다”
기자간담회 끝난 후에는 극 중 여배우 ‘문소리’ 매니저 역의 윤영균(1, 2, 3막), 장례식 상주 역의 이승연(3막), 술 마시는 문상객 역의 윤상하(3막), 신인 여배우 역의 전여빈(3막)이 깜짝 인사를 전했다.
<여배우는 오늘도>는 9월 14일 개봉 예정이다.
● 한마디
- 즉흥인듯하지만 즉흥 아닌 재기발랄 대사와 연출, ‘감독’ 문소리의 재발견
(오락성 7 작품성 6)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시작은 여자 배우의 재기발랄한 자기투쟁으로, 마무리는 동료 영화인에 대한 애틋함으로. 문소리, 참 잘 웃기고 잘 울린다.
(오락성 7 작품성 6 )
(무비스트 박꽃 기자)
2017년 9월 1일 금요일 | 글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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