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은판 위의 여인>은 실물 크기의 은판으로 인물 초상을 찍는 19세기 촬영방식인 ‘다게로타입’을 고수하는 괴팍한 사진작가 스테판(올리비에 구르메 분)을 주인공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룬 판타지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도플갱어>(2003)가 2003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부산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또 감독의 최근작 <해안가로의 여행>(2015)은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강수연은 <은판 위의 연인>을 “개인적으로 갈라 프레젠테이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라고 소개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일본 이외의 나라에서 영화를 찍었다. 나는 이제 젊다고 할 수는 없는 나인데, 이렇게 프랑스에서 영화를 찍으니 아주 초심으로 돌아간 듯하고 더 젊어진 것 같다”며 “이 영화를 내가 좋아하는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으로 상영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이어 감독은 “아마도 대다수 일본 감독들이 일본 외의 나라에서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는 욕망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도 그 중 한 명이다”라며 “다행히 프랑스에 소개된 내 작품이 많다보니 기회가 주어졌다”고 영화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또, “프랑스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가지고 외국 감독이 영화를 찍는 작업방식에 충분히 자금을 투자하는, 영화에 대해선 열려있는 나라다”라고 밝혔다.
“은판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19세기에 생긴 정말 오래된 사진 기술이다. 지금 시대에 그렇게 힘들게 사진을 찍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그건 영화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디지털로 영화를 제작하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누구나 영상을 만들 수 있다. 한 컷을 찍기 위해 한, 두 시간 배우를 대기시키고 몇 번이나 시도하는 것은 어리석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을 고집하는 건 그렇게 함으로써 뭔가 특별한 것을 찍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라며 “사람들은 어떤 신비감을 기대하며 극장에 간다. 이건 영화의 세계에 대한 동경일 수도 있다. 향후 영화가 언제까지 존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사진의 ‘다게로타입’과 영화는 한편으론 같은 의미를 지님을 알리고 싶었다”
이어 감독은 “의도적으로 초기의 작품세계로 돌아간 건 아니다. 프랑스에서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을 때, 내가 프랑스 사람은 아니기에 현대의 프랑스인을 영화 속에서 정확히 묘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나라에서 찍던 상관없는 영화의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국적이나 시대에 제한 없는 영화 그 자체로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라고 밝혔다.
촬영장소인 스테판의 집의 신비한 분위기를 강수연 모더레이터가 칭찬하자 “촬영장소에 대해 그렇게 봐줘서 고맙다. 영화를 최대한 국적이나 시대를 초월하여 만들고 싶었다. 그런 장소를 찾는데 고생했다. 3개월 정도 찾은 끝에 결국 찾은 곳은 프랑스 파리 교외였다. 프랑스 사람들도 신비한 느낌을 받도록 하고 싶었다. 마치 한개의 집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세개의 집을 촬영한 것이다”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 한마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초기작이 연상되는 <은판 위의 여인>
2016년 10월 10일 월요일 | 부산_박은영 기자(eyoung@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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