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스토리] 군단이 다시 뭉쳤다. 픽사 스튜디오와 디즈니가 손잡고 만든 4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는 미국에서 1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입을 올리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슈렉]에 이어 또 한 번 엽기 괴물 3D 애니메이션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전통적인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줄줄이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몬스터 주식회사]의 선전은 세대가 바뀌었음을 실감케 한다.
컴퓨터 그래픽으로는 매끄럽고 반들한 질감보다 텁텁하고 거친 질감을 표현하기가 어렵다. 섬세한 잔손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3D 애니메이션에는 털 없는 미끈한 괴물이 더 많이 등장하고 사람의 피부도 과도하게 매끄럽다.) 하지만 [몬스터 주식회사]의 주인공 설리는 부숭부숭한 털을 '부드럽게' 흩날리며 스크린을 누빈다. 작은 몸짓에도 어김없이 반응하는 가느다란 300만 가닥의 털을 지닌 그는, 픽사의 공든 기술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캐릭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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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어린이를 겨냥한 희극적 요소는 단순하고 표면적인 부분에서 발견할 수 있다. 괴물들이 나누는 농담이나 우스운 행동들이 그것이다. 괴물들이 보여주는 과장된 슬랩스틱 코미디는 [몬스터 주식회사]를 끌어나가는 큰 줄기는 아니지만, 부분 부분 앙증맞은 활력소가 된다. (설리의 방정맞은 외눈박이 친구 마이크 와조스키가 대부분 그 역할을 떠맡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몬스터 주식회사]는 속내의 깊이보다 외피의 화려함에 치중한 느낌이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으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빠르고 가볍게 공중을 질주하는 기분이 들지만, 바닥에 내려앉는 진득함은 찾을 수가 없다. 픽사의 전작 [토이 스토리]가 안고 있는 존재론적 고민에 동참했던 관객이라면 얼마간 실망할 지 모른다.
또한 선과 악의 평면적인 대결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거슬린다. 야욕에 불타는 악당과 그에 맞서 평화를 추구하는 주인공, 그리고 행복한 결말까지. 우리 편 다른 편 갈라놓고 승리를 전제한 채 싸우는 구성은 아무래도 고루하다. 인간의 가장 창의적인 상상력이 발현되는 장르인 애니메이션에서 또 이런 낡은 틀은 답답하다.
몇 가지 흠에도 불구하고, [몬스터 주식회사]는 참 잘 만든 애니메이션임에 틀림없다. 짜임새도 퍽 촘촘하고, 기글대는 애교도 매력있다. 순수하게 '만들어진' 아기자기한 영상을 감상하는 것도 즐겁다. 희대의 걸작은 아니더라도, 또 하나의 픽사표 수작 [몬스터 주식회사]. 아, 본 영화 상영 전 맛보기 애니메이션! 놓치면 후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