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지호, 문가영, 윤지원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등급: 미상
시간: 105분
개봉: 11월 26일
시놉시스
“거기 아무도 못 사는데. 거기 뭐가 살거든요. 귀신이지 뭐겠어요.” 교통사고로 처자식을 잃은 K(오지호)는 실의에 빠져 제주도의 고향집으로 돌아온다. 그의 목표는 ‘자살하는 것’. 바닷가에서 사색하며 삶을 반추하는 그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소녀(윤지원)이 다가와 고향집에 얽힌 소문을 귀띔해준다. 처음엔 아랑곳하지 않았던 K였지만, 소녀의 말대로 밤만 되면 한 여자(문가영)의 환영이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된다. 슬픈 얼굴로, 나무 바닥과 계단을 삐걱대며 걷는 여자에게 K는 두려움과 호기심을 느낀다. 그럴수록 집 안에서 겪는 환영은 진해져 어느새 K는 그 집에 얽힌 그녀의 과거를 보게 된다.
간단평
영화계에는 오랜 판타지가 있다. 소녀와 모성에 대한 판타지다. 소녀의 순수로 정화되고 어머니의 모성애로 치유되는 남자주인공은 흔한 이야기다. <아일랜드: 시간을 훔치는 섬>은 그 판타지의 집합체다. 자살하려는 K 앞에 나타나는 순수한 소녀와 미스터리한 섬에 시간을 뺏겨 소녀의 모습인 어머니 유령을 그린 영화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판타지가 공포물적 소재에 어울리지 않게 녹아 들어 이야기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유령, 과거의 환영, 시간을 빼앗는 섬’ 등 신비롭고 무서운 소재를 취했으나 어설프게 소녀와 모성에 대한 구원 판타지를 녹여낸 탓에 영화는 공포, 서스펜스, 휴먼드라마 중 그 어떤 감성도 살리지 못했다. <기담>(2007)의 시나리오 작업을 맡고 <마녀의 관>(2008)로 데뷔해 꾸준히 공포물을 만들어온 박진성 감독의 작품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밀폐된 집 안을 무대로, 마치 연극처럼 조명을 이용해 장면과 공간을 분할한 촬영 방식은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또한 신예 배우 문가영의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외모는 영화 속의 모성과 소녀에 대한 판타지에 부합하며 윤지원의 개성 있는 생김새와 톡톡 튀는 연기 역시 눈 여겨 볼만하다.
2015년 11월 19일 목요일 | 글_이지혜 기자(wisdom@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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