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감독 : 라인하르트 괴벨.
연 주 : 무지카 안티쿠아 쾰른.
일반적으로 영화 속에서 음악은 전개되는 이야기에 곁들여지면서 중요한 에피소드를 강조하고 설명하고 가능하다면 감동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왕의 춤]에서 음악은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춤추는 왕과 그가 총애하는 작곡가 륄리의 음악 인생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한술 더 뜨는 것은 이제까지 한번도 들어보지도, 연주된 적도 없었던 미발표작을 다수 삽입함으로써 영화를 통해 새로운 음악을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의 첫번째 특징은 음악의 선곡에 엄청난 노력을 들였다는 점이다.
륄리의 오페라 뿐만 아니라 그가 젊었을 때 왕 앞에 겨우 데뷔하던 시절에 작곡한 발레 음악까지 륄리의 작품을 몽땅 샅샅이 뒤져냈다.
그가 적곡한 음악은 한번도 출판된 적이 없으며 당시에 손으로 쓴 수사본으로만 남아있기 때문에 이를 해독해서 악보에 옮긴 후 연주해야만 했다.
이 같은 리서치 작업이 끝나자 연주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지휘자인 라인하르트 괴벨과 고음악 악기를 사용하는 원전연주 전문가들에게 연주를 맡겨 최대한 원작에 충실하되 음악 자체의 힘과 생동감은 살려내야 했다.
오랫동안 고음악을 연주해 온 음악가만이 그 음악에 생명력과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은 위대한 장-바티스트 륄리(이태리명 : 지안바티스타 룰리)의 음악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속에 륄리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모두 등장하는 것이다.
우리는 륄리의 데뷔시절부터 노년에 작곡, 연주한 "테 데움" (그를 갑작스런 죽음으로 몰고간 작품)에 이르기까지 그의 음악적 일대기를 바라보면서 궁정 발레가 어떤 것이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왕실 24 바이올린 현악합주단' 에서 가장 유명했던 코르디에의 "보칸느 Bocane" 도 들을 수 있다.
그 후, 륄리의 라이벌이었던 로베르 캉베르으 오페라 "포몬느 Pomone" 의 한 대목을 들을 수 있는데 이 작품은 프랑스 최초의 오페라였으며 질투심을 느낀 륄리가 오페라 작곡에 뛰어들게 되는 원인이 된 작품이다.
영화에 삽입된 "포몬느" 는 한번도 연주된 적 없는 음악이며 결코 나쁘지 않은 작품임을 느낄 수 있다.
륄리가 진장한 작곡가로 데뷔하게 된 것은 "밤의 발레" 였다.
이 작품은 당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음악으로 영화에서는 15살의 루이 14세가 떠오르는 태양을 상징하는 왕의 춤을 추는 대목에서 들을 수 있다.
그 뒤에 이어지는 작품은 "쾌락의 발레 Ballet des Plaisirs", "발레 드 크세르크세스 Ballet de Xerxes", "발레 달시디안느 Ballet d'Alcidiane" 등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발레에서 발췌한 장면들이며 대부분 1655년에서 1660년 사이에 작곡된 것들이다.
이 작품드른 왕의 이미지에 따라 점점 더 웅장해져가는 발레와 작곡가의 발전상을 엿보게 한다.
여기서 가장 놀라운 점은 국왕이라는 인물이 발전, 변모해가는 모습을 음악이 그대로 흉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다음으로 나오는 것은 희극작가 몰리에르와 음악가 륄리가 함께 만들어낸 코미디 발레로 배꼽이 빠지도록 재미있는 장면을 "부르주아 귀족" 에서 구경할 수 있다.
그렇다고 궁정 발레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궁정 발레는 코미디 발레와 공종했으며 "훌륭한 연인" 과 함께 종말을 맞게 된다.
왕은 이 작품에서 아폴로 역으로 마지막 춤을 춘다.
이 춤을 추면서 왕은 점점 복잡하고 어려워지는 안무를 자기 몸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음을 느끼고 춤추기를 포기하게 된다.
라이벌인 캉베르의 "포몬느" 가 대성공을 거둔 후 사면초가가 된 륄리는 그때까지 경멸하던 오페라 쪽으로 관심을 돌린다.
그런데 이는 더 큰 장대함과 위엄과 영웅주의를 원하고 있었던 루이 14세의 소원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이 시점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은 서정적인 몇몇 작품("아티스 Atys", "페르세 Persee", "이시스 Isis", "아르미드 Armide") 으로 특히 "프롤로그 Prologues (서곡)" 들인데 이 또한 태양왕의 위대함을 기리기 위해 작곡된 것들이었다.
"이시시" 와 "아마디스" 의 서곡에서는 솔리스트들과 합창단이 서로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며 그 효과란 가히 놀라운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화 속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음악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하고 친숙했던 아리아, "스페인의 광기 Folies d'Espagne" 이다.
이를테면 17세기 인기챠트 1위곡이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이 스페인 멜로디는 누가 들어도 금방 알 수 있는 곡이었다.
당시의 작곡가들은 하나같이 이 선율을 바탕으로 변주곡을 작곡했고 끊임없이 그리고 무한대로 변형시켜 나갔다.
륄리도 이 대열에서 빠지지 않았으며 그의 변주곡은 특히 힘에 넘치는 것이다.
영화 내내 라이트모티프처럼 반복해서 들리는 "스페인의 광기" 가 영화의 엔딩까지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