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한동안 멈추지 않을 울림 (오락성 7 작품성 8)
러스트 앤 본 | 2013년 5월 2일 목요일 | 서정환 기자 이메일

몸을 혹사하는 남자와 몸을 훼손당한 여자. 감정을 훼손당한 남자와 감정을 혹사하는 여자. 짐승 혹은 불구. 보편을 가장한 편견을 기준으로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거세당한 두 남녀의 살아남기. <러스트 앤 본>은 사실주의 영화처럼 인물들이 처한 환경에 일말의 동조 없이 관조한다. 이 어이없는 관조의 멜로가 더욱 대담하게 현실적인 감정의 동요를 불러오는데, 여기에 자크 오디아르 감독은 장르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환기시키고 거리를 두게 만든다. 마치 서서히 영화에 관객들이 빠져들길 바라듯이.

이를 가능하게 만든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자연광이다. 밑바닥의 삶이지만 남녀는 어두운 지하 창고나 방구석이 아닌 오픈된 공간으로 나간다. 얻어터지고 피를 흘려도, 뭉뚝한 두 다리가 남루하게 느껴져도 언제나 햇빛은 인물을 비추고, 그때 비로소 남녀는 솔직한 감정을 얼굴에 드러낸다. 차 안에서도, 테라스에서도 자연광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인물의 감정을 포착해내는 또 하나의 카메라처럼 보인다.

마리옹 꼬띠아르와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두 배우는 그 매혹적인 찰나의 순간들을 표정은 물론 온몸으로 표현한다. 마티아스 쇼에나에츠가 본능적 야수성을 영화 전반에 걸쳐 압도적으로 분출한다면, 마리옹 꼬띠아르는 심리 변화의 섬세한 결을 놓치지 않는다. 병실에서 상실감을 표현할 때도, 사고 후 처음으로 물속에 뛰어들 때도, 기구에 매달려 석고로 본을 뜰 때도, 처음 의족을 달고 걸어서 외출할 때도, 조심스럽게 의족의 스타킹을 벗을 때도 그녀의 세밀한 디테일은 숨 막히게 처절하고 격정적이고 아름답다.

먹먹하다. 옥죄던 긴장이 벅참으로 변해도 마찬가지다. 감정을 추스르기 무섭게 몇 번이고 여진이 훑고 지나간다. 삶의 나락에서 희망을 길어 올리는 남자와 여자의 신파 멜로드라마가 무어 그리 대단할 게 있다고. 하지만 자크 오디아르의 <러스트 앤 본>은 그 통속 스토리와 장르 컨벤션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 특별하고 예측할 수 없는 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마리옹 꼬띠아르의 창백한 얼굴도, 스크린에 눈부시게 투영된 자연광도, 마티아스 쇼에나에츠가 터뜨리는 울음도, 두 사람이 되찾은 삶의 빛도 가슴 속에서 한동안 울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13년 5월 2일 목요일 | 글_서정환 기자(무비스트)




-빤한 멜로영화와는 다른 자크 오디아르식 사랑이야기.
-마리옹 꼬띠아르, 이토록 처절하게 아름답고 관능적인 여배우가 또 있을까.
-떠오르는 짐승남 마티아스 쇼에나에츠의 발견.
-말랑말랑한 판타지에 가까운 로맨틱한 멜로를 기대한다면.
-귀여운 범고래가 야수로 돌변하는 <죠스> 못지않은 예상치 못한 무시무시함.
-두 다리가 절단된 마리옹 꼬띠아르라니! CG든 특수분장이든 상상할 수조차 없는 불경스러운 일.
3 )
gari1015
뻔한 멜로영화가 아니라니 더욱 끌리네요~~~ 진정한 사랑은 처절할때 더욱더 빛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2013-05-13 17:46
luckman7
벼랑끝에서의 사랑의 시작! 왠지 찡한 감동이 가슴을 울릴것 같네요   
2013-05-07 22:45
spitzbz
가끔은 이런 쓰디쓴 사랑이야기도 봐야지~~ 맨날 팝콘러브스토리만 보다보니...   
2013-05-06 11:51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