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엔딩 크레딧에서도 언급하듯, ‘끝’과 ‘시작’은 영화의 플롯 배치와 서사 진행의 본질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단어다. 만남과 이별, 탄생과 소멸, 처음과 마지막이 꼬리를 물며 관계를 이어가는 일종의 뫼비우스의 띠. 민규동 감독은 현재와 미래의 시공간을 과거와 현재로 이동시키는 마술과 같은 구성으로 인물들의 감정을 극대화하고, 끝이라 여길 때 다시 시작되는 삶의 연속성을 희망으로 치환한다. 인물의 감정이 오롯이 관객들의 마음속에서 싹틀 수 있는 이유다. 마치 물을 주면 나무가 자라는 블루밍 카드처럼.
민규동 감독과 배우들의 전작을 연상시키는 캐릭터 조합과 특성도 흥미롭다. 정하와 나루의 관계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의 여고생 효신과 시은의 진행형이라 여겨지고, 정하와 재인의 5년 전 모습은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의사와 형사 커플을 떠올리게 해 슬며시 웃음 짓게 만들며, 나루와 관계를 맺는 재인의 모습에서는 <바람난 가족>의 주영작이 스쳐지나간다.
결국 분노와 용서, 욕망과 집착, 사랑과 구원이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지만, 민규동 감독의 스타일은 <끝과 시작>을 독특한 지점에 놓이게 만든다. 섬세한 감정에 집중하고 작은 호흡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연출과 연기, 자연광과 무채색을 기반으로 붉은 톤과 푸른 톤의 색감을 대비시킨 감각적인 영상, 화분, 음식, 의상, 실내 공간, 인테리어 등 감정과 서사를 대체하기에 부족함 없는 소품과 세트까지, 미장센의 완성도를 엿볼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즐비하다. 독특하지만 보편적이고, 마술 같지만 현실적인 민규동식 감성 드라마의 끝이자 시작이다.
2013년 4월 4일 목요일 | 글_서정환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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