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러브 송> 등을 연출했던 크리스토프 오노레 감독은 그동안 작품을 통해 ‘사랑이란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제시해왔다. 신작 <비러브드> 또한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는 영화다. <러브 송>에서 갑작스럽게 연인과 이별을 맞이한 한 남자를 통해 사랑을 이야기 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30년을 사이에 두고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모녀를 통해 사랑을 논한다. 전작과 다르게 주체는 바뀌었지만 사랑과 실연의 아픔을 뮤지컬 형식으로 보여주는 건 똑같다. 특히 뮤지컬 차용은 인물들의 감정을 풍족하게 전달 되게 하는 매개체로 유용하게 쓰인다. 후반부 까뜨린느 드뇌브가 읊조리는 가사는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남겨진 자의 슬픔을 대변한다.
<비러브드>가 뮤지컬 방식을 차용했다고 해서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의 화려함까지 옮긴 것은 아니다. 귀를 휘감는 사운드와 현란한 춤사위는 보기 힘들다. 대사 또한 여러 번 곱씹어야 담긴 뜻을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철학적인 톤이 강하다. 불륜이나 동성애 등 범상치 않은 모녀의 사랑 이야기도 넓은 포용력이 있어야 이해 가능하다.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가 눈에 익은 관객들에게는 다소 지루한 영화로 느껴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배우들을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쉘부르의 우산>에서 멋들어진 노래와 연기를 선사했던 까뜨린느 드뇌브와 실제 그의 딸인 배우 키아라 마스트로야니의 앙상블이 매력적이다. <러브 송>에 출연했던 루다빈 새그니어와 루이스 가렐의 모습도 반갑다. 여기에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아마데우스>의 밀로스 포만 감독의 연기도 한 몫 더한다.
2013년 2월 18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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