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그 남자의 속사정>은 음흉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제목과 달리,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는 인물들의 속사정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본다. 그 방식이 좀 독특하다. 영화의 이야기는 시간순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대신 상철과 연애중인 수정, 정수와 연애중인 수정의 이야기가 교차로 전개된다. 감독은 이 방식을 통해 수정이 새로운 남자들을 만나면서 겪는 동일한 상황들이 어떤 식으로 반복, 변형되는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상철에게는 자신의 자취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던 그녀가 정수에게는 여자 친구 방에 왜 안 들어오냐고 다그치는 모습으로 바뀐 장면이 이를 잘 나타낸다.
시도는 좋았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들쑥날쑥 하는 바람에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벅차다. 어떤 계기를 통해 수정이 변하게 됐는지 명확한 속사정을 알 수 없다. 꼬일 대로 꼬여 버린 인물들의 관계도도 한 몫 한다. 이들의 복잡한 관계를 재정립하기에는 러닝타임이 부족해 보인다. 여기에 상철이 수정과의 첫날밤을 보내기 위해 한밤중 남산한옥마을에서 치르는 소동극 등 작위적 상황설정은 공감대 형성을 무너뜨린다. 이야기 전달 방법의 변화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인물들의 속사정을 사려 깊게 다루지 못한 감독의 연출력이 아쉽다.
2013년 1월 31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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