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문제만 일으키는 범죄소년이고, 효승은 17살에 아이를 버린 미혼모다. 누군가는 이들을 가리켜 사회의 암적인 존재라며 손가락질 할 거다. 하지만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지구가 소년원에 들어간 것도, 효승이 미혼모가 된 것도 개인의 잘못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범죄소년>의 연출을 맡은 강이관 감독은 주인공들의 힘든 삶이 이들을 감싸주지 못한 사회구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구가 저지른 범법행위에만 주목하는 판사의 사무적 태도, 소년원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학교에 다닐 수 없는 현실, 미혼모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카메라는 소년원 아이들이 사회에 나와 범죄를 다시 저지르게 되는 악순환을 과장 없이 담으며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어두운 분위기가 감도는 <범죄소년>은 조심스럽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던 모자가 서서히 가족이라는 관계를 복원하려 할 때 희망은 조심스럽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힘들지만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하려는 효승과 그런 엄마에게 서서히 다가가려는 지구는 어색함을 덜어내며 한 발짝 다가선다. 서서히 변해가는 모자의 감정은 전작 <사과>에서 한 여성의 미묘한 심리를 그려냈던 감독의 세밀한 연출력으로 전해진다. 능청스러움과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이정현, 심도 있는 내면연기를 펼치는 서영주의 호흡은 애증의 관계를 만들어낸다.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보다 모자의 삶을 담담하게 따라가는 영화는 심심함을 배제할 수 없다. 보는 이에 따라 열린 결말이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가 등진 아이들의 자화상만큼은 가슴 깊이 남겨질 것이다.
2012년 11월 22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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