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자체가 어떤 영화보다도 영화 같은 사람이 있다. 故 김우수 씨도 그런 사람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불행했지만, 누구보다도 행복해진 사람이다. 어째서 자신은 1평짜리 쪽방에 사는 가난한 사람이 더 어려운 사람을 돕게 되는지, 그리고 그런 사람은 매번 가슴 아픈 결말을 맞게 된다는 공식이라도 있는 건지 의문이 들지만, 세상에는 그런 영화 같은 삶이 드물지 않다. 그의 인생이 그야말로 극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인 만큼, 영화화를 한다고 해서 크게 포장을 할 만한 여지도, 이유도 없다.
<철가방 우수씨>는 그런 착하디착한 영화다. 태생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배우들을 비롯해 뮤지션 김태원, 디자이너 이상봉 등 많은 사람들이 대가 없는 재능기부로 힘을 보탰으며, 배급사는 배급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물론 착한 메시지가 작품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어쨌든 영화라는 대중예술매체의 형식과 미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철가방 우수씨>는 어쩔 수 없이 심심한 영화다. 약간의 위트와 픽션이 가미되어 있긴 하지만 그 임팩트는 미미한 수준이다. 물론 억지와 강박의 옷을 입은 최루성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는 노력의 흔적은 곳곳에 묻어 있다. 거의 20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최수종의 연기는 지금까지의 노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사실 그가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들 역시 대부분 착하기 그지없었으니) 그러나 그동안의 정형화된 틀에서는 벗어나, 좀 더 폭넓고 섬세한 감정선을 보여준다.
결국 이 영화는 선량하고, 선량한 만큼 단순하다. 그리고 실화라는 점은 작품의 존재이유이자 원동력이다. 그 사실에 일부러 삐딱한 태도로 시비를 걸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윤학렬 감독을 비롯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의도는 그 아름다운 실화를 한 번 더 반추하는 것이며, 그것은 보는 사람들의 몫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그 이상을 기대하고 보지 않는다면 말이다.
2012년 11월 20일 화요일 | 글_최승우 월간 PAPER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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