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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우식 씻김굿의 절정
거짓말 | 2000년 3월 20일 월요일 | 오상환 기자 이메일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씻김굿에 비유하는 장선우에게 [거짓말]은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가장 원초적인 상태로의 회귀를 꿈꾸는 과정이다. [거짓말]의 알 수 없는 모호함과 자유분방함은 거꾸로 모든 역설적인 감정의 고리를 해체시킴으로써 장선우판 씻김굿의 절정을 이룬다. 이러한 과정이 성공하기 위해 동반하는 끝없는 불편함과 그로 인한 논란의 야기는 철저히 모태에 접근하기 위한 장선우의 전형적인 의도이면서 원작자 장정일로부터 예견된 당연한 결과이기에 [거짓말]을 둘러싼 논란은 성적 표현에 대한 금기의 찬반이 아닌 장선우와 장정일이라는 이단아들에 관한 찬반 투표같은 인상을 남겨 더욱 허탈한 씁쓸함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알 수 없는 논란의 정점 [거짓말]은 장정일에게서 장선우에게로 이동하면서 더욱 알 수 없는 모호함의 경계를 완성해낸다. 같은 이야기를 통해서 장정일과 장선우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장정일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에 남아있는 것이 두 사람의 벌거벗은 몸을 통해 거짓말 같은 세상에 대해 내뿜는 조소인데 반해, 장선우는 그 모든 것을 단순화시켜 그저 모든 것을 거짓말처럼 믿게 만들 뿐이다. 장선우는 욕망의 이분법적인 논리를 거부하고, 욕망의 세계를 완전히 흐트러뜨려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은 진공상태에 대한 찬가를 보낸다. 그의 찬가에 담겨있는 독설과 조소는 불편함이라는 이름으로 가공되어 관객을 '거짓말'의 세계로 인도하면서 그 자신의 씻김굿에 대한 비아냥거림 또는 그로 인한 만족을 조심스럽게 드러낸다.

모든 것이 거짓말인 것을 믿게 만드는 장선우의 전략은 장정일의 원작에서도 유독 사도마조히즘을 강조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장선우가 집착하는 사도마조히즘은 장정일에게서 빌려오긴 했지만, 이미 그 표현은 장정일의 그것과는 다른 경계로 나아간다. 장선우는 사도마조히즘을 더욱 유쾌하고 아무 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성을 통한 몰입으로서의 사도마조히즘이 아니라, 마치 어머니의 젖을 빠는 행위처럼 지극히 원초적인 행위로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이러한 의도는 영화 속의 사도마조히즘을 더욱 무목적적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며 이러한 강박적인 자세는 더욱 모든 것을 지극히 장선우적인 것으로 이끌면서 완벽한 '거짓말'처럼 보이게 만든다.

마치 [경마장 가는 길]의 인물들처럼 특별한 이름을 부여받지 못한 채 단지 Y와 J로만 불려지는 두 주인공이 몰입하는 것은 섹스가 아니다. 그들은 만남이 시작되기 무섭게 너무나 빨리 섹스의 모든 것을 경험해버린다. 그들에게 섹스는 단지 커뮤니케이션의 도구일 뿐, 그들을 연결시키는 매개체가 되지는 못한다. 그들을 사로잡는 세계는 철저히 사도마조히즘적인 것이다. 그들에게 일반적인 것은 아무런 매력을 제공하지 못한다. 그들은 끝없이 더 나은 욕망의 쾌감을 추구한다. 줄에서 빗자루, 나무 몽둥이와 곡괭이 자루로 이어지는 그들의 가학적인 욕망은 분명 채우려 해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에 대한 일종의 시위처럼 보인다. 이러한 집착은 거꾸로 오직 이러한 욕망의 접점을 통해서 시대의 공기를 호흡하는 소외된 인간들의 증발된 삶에 관한 연민을 불러 일으킨다. 오직 구멍의 모든 것을 보고 싶어하는 J의 집착이 지극히 무모한 것임은 처음부터 예견된 것이기에 J를 감싸고 있는 처연함이 이 기이한 인물을 삶의 비애 속에 갇혀 허우적대는 인물로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J와 Y를 바라보는 장선우의 시선에는 따뜻한 연민이 가득하다. J와 Y가 사회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서로를 부둥켜 안는 과정의 묘사에는 일상의 공기를 포착하는 따가움과 아무 것도 남지않은 인물들을 이해하는 따사로움이 공존한다. 도무지 인간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J라는 기이한 남자가 처연함마저 불러일으키는 것은 장선우식 냉소적 리얼리즘 속에서 창조된 인물이 뿜어내는 독특한 매력에 힘입은 탓이다. 비정상 속에 놓여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볼수록 나약함이라는 원초적인 인간성에 기대는 인물들의 모습에서 과연 비정상과 정상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거꾸로 묻는 전략은 장선우의 영화를 리얼리즘의 텍스트로 읽어나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장선우의 리얼리즘이 특유의 시큰둥함과 냉소로 가득한 불친절한 묘사에도 불구하고 깊은 울림을 지니는 것은 장선우가 일상에서 건져올리는 묘사가 우리의 공감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의 자극은 분명 불쾌함을 동반하지만, 이러한 숨겨진 예리함이 모든 것들을 허탈함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만든다.

[거짓말]은 퍼부음으로써 해탈의 경지에 오르는 장선우식 리얼리즘의 절정이다. 모든 것을 가볍게 만들면서 대상을 가리지 않고, 조롱의 도마위에 올려놓아 잔인하게 칼질을 하는 이 익살스러운 유쾌함이 모독의 형태로 나아가 불편함을 선사하는 잔인한 영화인 동시에 불편함 끝에 장선우의 도마질에 무릎을 꿇고 주인공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만드는 괘씸한 영화이기도 하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어떠한 감정을 느끼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라고 관조하는 장선우의 달콤한 거짓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던 간에, 장선우의 거짓말은 '거짓말'뒤의 '진짜'를 담아내고 있는 것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6 )
hakus97
장선우는 정말 나에게는 너무 높은 벽이다   
2009-03-05 21:25
ejin4rang
기대되요   
2008-12-02 14:48
ljs9466
기대되는 영화!!   
2008-01-14 15:16
rudesunny
기대됩니다.   
2008-01-14 13:42
rudesunny
기대됩니다.   
2008-01-14 13:42
ldk209
그 난리 때문에... 구해서 보긴 했는데... 대체 왜 상영 못하게 한건지.... 잘 만든 영화도 아니고....   
2007-01-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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