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한대희(윤제문). 마포구청 환경과 생활공해팀에서 근무하는 10년차 7급 공무원이다. 이 남자, 자신의 직업이 삼성전자 임원 안 부럽다고 자신한다. 왜? 정시출근에 정시퇴근, 정년까지 확실히 보장되니 이 보다 마음 편할 수 없다. 게다가 한대희는 파워포인트의 달인이다. 그 바닥에서 문서작성 능력은 웬만한 스펙 못지않게 중요할 터. 기다려라 6급 공원이 멀지 않았다! 그런 그의 삶에 시동을 건 건, 상사도 애인도 부모도 아닌 홍대 인디밴드다. 부동산 사기를 당해 거리로 나앉게 된 ‘삼삼은구’ 밴드에게 지하실을 내 준 대희는 우연히 팀의 베이스를 맡게 되고, 이때부터 계획에 없는 일들을 겪게 된다.
음악과 일탈. 영화 속 대희가 그토록 주창하는 ‘대세’와는 조금 먼 소재다. 이미 많은 영화들이 음악과 일탈을 엮어 관객 앞에 선보였다. 새로울 게 없다. 그렇다고 상심하기엔 이르다. 이 영화의 미덕은 음악적 쾌감이나 일탈이 주는 대리만족에 있지 않다. 오히려 영화가 직시하는 건 정말 있을 법한 우리네 일상, 우연과 감동이 남발하지 않는 실제의 세계다. 무엇보다 <나는 공무원>의 공무원 대희는 구청에 가면 살아 숨 쉬고 있을 것처럼 친숙하게 다가온다.
영화에 일상성을 부여하는 일등공신은 윤제문이다. 영화 속 윤제문이 창조한 대희라는 인물은 담백하기 이를 데 없다. 앞서 그가 연기한 <뿌리깊은 나무> 가리온과 <더킹 투하츠> 김봉구를 생각하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대희를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윤제문의 연기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을지를 확인할 수 있다. 과욕 부리지 않고 달리는 연출 또한 영화의 담백함에 일조한다. 공무원 대희가 직장을 박차고 나와 인기 가수가 된다든지, 베이스 실력이 드라마틱하게 일취월장한다는 식의 판타지와 타협하지 않는다. 덕분에 영화가 얻은 건 공감의 깊이다. 열기 속에 가려진 홍대의 맨얼굴을 밀착해 파고 든 것도 이 영화의 성취다.
하지만 담백함만으로 버티기엔 101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다소 길다. 섹스피스톨스, 빕 딜런, 핑크 플로이드, 누트롤즈 등 팝음악 애호가들을 즐겁게 할 추억의 잔해들이 대거 등장하긴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 듣는 음악의 ‘대세’는 케이팝이다. 이 영화의 타깃층이 중장년층 남성팬인가? 내용상 타깃이 불분명해 보인다. 또 하나 아쉬운 건 기술적인 만듦새다. 저예산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고 영상의 완성도는 아쉽다.
(덧붙이기) 윤제문은 자신의 첫 주연작 <이웃집 남자>에 이어 또 한 번 내레이션을 담당한다. 아무래도 윤제문은 감독들로 하여금 그 심드렁한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싶게 하는 욕구를 일으키는 배우인가 보다. 자칫 잘못하면 작위적일 수 있는 내레이션이 윤제문을 통과하는 순간, 극적 객관성을 확보하는 수단이 된다. 무엇보다 그의 독백은 듣는 재미가 있다. 연극으로 치면 호흡과 템포의 문제인데, 대사에 운율을 넣어 씹는 덕에 별것 아닌 대사도 귀에 착착 감긴다.
2012년 7월 12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