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지나도 사다코의 저주는 계속된다. <사다코 3D : 죽음의 동영상>(이하 ‘<사다코 3D>’)의 사다코는 더 이상 비디오테이프와 TV 브라운관을 이용하지 않는다. 대신 PC 모니터, 스마트폰 등 예전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저주를 전이시킨다. 현대인들이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기기들에서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흰 소복을 입은 사다코가 나온다는 설정은 공포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모니터에서 불쑥 나오는 사다코의 손이나 머리카락은 3D 영상으로 구현하기에 적합하다.
하지만 사다코에 대한 애정이 부족하달까. 영화는 단순히 사다코의 외형만 가져와 3D 영상으로 버무린 느낌이 강하다. 사다코가 누군가. 일본에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집단 따돌림의 아이콘이자, 사람들에게 억울한 죽임을 당한 슬픈 존재 아닌가.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저 저주의 매개체로만 쓰인다. 물론 사람들의 무차별적인 ‘악플’에 시달려 복수를 꿈꾸는 세이지, 숨겨진 초능력 때문에 집단 따돌림을 받았던 아카네의 과거사가 나오면서 사다코의 과거와 연결시키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 연결고리가 너무 약하다. 귀신이었던 사다코가 괴수로 등장하는 것도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사다코 3D>는 먹잇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재빠르게 움직이는 사다코가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원작과 궤를 달리한다. 전작과는 다른 역동적인 사다코를 통해 3D 입체감과 공포감을 증대시키려는 제작진의 의도는 충분히 알겠다. 그러나 스멀스멀 기어 나와 서서히 공포감을 조성했던 캐릭터의 장점을 끌어않지 못했다는 건 아쉬움이다. 이는 3D라는 영상으로 부활한 사다코가 반갑지 않은 이유다. 사다코는 추억이란 우물 안으로 영원히 봉인하는 게 좋을 듯싶다.
2012년 6월 15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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