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3 : 이번엔 서커스다!>(이하 <마다가스카3>)의 키워드는 3D다. 게다가 제작비와 카메라의 앵글 걱정 없이 스펙타클을 선사하는 것은 애니메이션의 미덕이다. 몬테카를로 바다와 알프스 산맥, 로마 콜로세움으로 이어지는 유럽의 풍광과 서커스의 고색창연한 쇼는 3D 구현을 위한 색감과 소재, 볼거리 삼박자를 충족시킨다. 실사영화에서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제작비에 꿈꾸기 힘들 초호화 로케이션을 시원하게 펼쳐놓는 식이다. 특히 태양의 서커스를 연상시키는 서커스 장면들은 황홀한 입체감으로 눈과 귀를 자극한다. 형형한 색감의 네온쇼와 공중그네의 부감은 오직 3D를 위한 메인 디쉬를 내놓는다. 시리즈의 묘미로 꼽혔던 감초조연에도 힘이 실렸다. 주인공보다 사랑받았던 감초조연의 바톤은 펭귄특공대에서 킹 줄리엔에게 넘어갔다. 신전 기둥에 등을 긁으며 데이트를 즐기는 킹 줄리엔과 서커스곰 쏘냐의 모습은 빼놓을 수 없는 웃음 포인트다. 의인화된 캐릭터들과 달리 거의 유일하게 실사곰으로 표현되는 곰의 모습이 이중적 재미를 빚는다.
어린이의 상상력에 어른의 농담을 끼얹는 것이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공식이다. 여기에 동물이 의인화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광활한 아프리카, 야생의 무인도에서 동물원을 그리워하는 아이러니를 시리즈 내내 이어가기에는 부족한 원동력이었다. 시리즈 전편이 탈출이라는 모티프에서 이야기를 운용했다면 이번 편부터는 여정과 깨달음으로 탈바꿈한다. 기억 속 동물원이란 아늑한 보금자리였지만 자연을 만끽하고 보니 창살과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감옥이었다는 현실을 깨닫는 것이다. 알렉스 4인방에게 모험은 곧 삶의 의미를 일깨우는 가르침이 됐다. 단지 말하는 동물로 웃음을 주기에 바빴던 이야기는 비로소 제자리를 찾았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라는 영예는 볼거리를 넘어 재정비된 이야기에 뿌리를 둔다.
패러디가 난무했던 어른 취향의 애니메이션 <슈렉>의 각본과 <슈렉2> <몬스터 vs 에이리언>의 연출을 맡았던 콘래드 버논이 합류한 <마다가스카3>는 한층 탄탄해지고 호화로워졌다. 또한 웨스 앤더슨의 <판타스틱 Mr. 폭스>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 각본가이자 <오징어와 고래>의 감독인 노아 바움백이 각본을 맡았다는 점이 눈에 띄는 변화다.(미국 저예산 독립영화계의 왕자이자 비평가들이 사랑하는 감독이 어쩌다 드림웍스호에 올라타게 됐는지도 궁금할 따름) 시리즈의 재미가 상승한 것은 이 두 가지 변화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눈 딱 감고 즐기기엔 어딘가 부족했던 마다가스카 시리즈에 날개가 돋은 셈이다. 딱 기분 좋게 소란스럽고 보기 좋게 요란하다.
2012년 6월 6일 수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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