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의 도시락>은 <옴 샨티 옴> <내 이름은 칸> <세 얼간이> 등 최근 인기를 얻은 인도 영화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이솝우화 수준의 동화 같은 이야기는 발리우드의 유산을 기꺼이 계승한다. 문제는 매혹적인 영상과 흥겨운 음악이 동행하지만 강렬한 스토리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점심시간 도시락을 주제로 펼쳐지는 가슴 따뜻한 동화를 그리는 영화는 아동영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과잉이 미덕인 발리우드산 영화를 기대하고 간다면 <스탠리의 도시락>이 내미는 반찬은 조촐해 보일 것이다. 러닝타임의 절반 이상을 교실에서만 붙박이로 진행되는 영화는 행동반경이 좁아 이야기를 더 단조롭게 보이게 한다. 드라마의 중심 갈등인 식탐 선생과 어린 제자의 선악 구도는 반복을 거듭한다. 톰과 제리식의 단순한 선악구도는 금세 물릴 수밖에 없다. 악역 선생의 비현실적인 캐릭터는 우화로 보기에도 설득력을 잃는다. 헐거운 이야기를 음악으로 대체하려는 과잉과 감동이 부재한 슬로모션은 강박적이다. 단순하고 착한 이야기가 항상 모자란 것만은 아니다.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에서 3등 상품 운동화를 획득하기 위해 일부러 속도를 늦추던 남매의 모습은 슬며시 미소를 띠게 했다. 관객을 움직였던 이 우화 같은 이야기 작법이 <스탠리의 도시락>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사실 영화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마지막 십분 속에 압축되어 있다. 1,200만 명의 인도 어린이들이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일당으로 12시간 노동을 착취당한다는 현실, 이것이 <스탠리의 도시락>을 제작된 진짜 이유다. 아동노동착취를 본론으로 하고 싶었던 영화는 당의정으로 도시락과 식탐선생 일화를 살로 붙였다. 불편한 진실을 말하고 싶다는 의도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메시지가 올곧다 해도 설득력을 잃는 이야기 작법은 동화로만 보기에도 무책임하다. 발리우드 특유의 웰메이드를 생각하고 총천연색 십이 첩 밥상 정도를 기대한다면 전체관람가용 권선징악 우화에 포만감을 느끼기는 어렵겠다.
2012년 3월 7일 수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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