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말이 많았다. 수줍음을 많이 탄다고 했는데， 또박 또박 '킬러들의 수다'(장진 감독-시네마서비스 제작)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폼이 전혀 낯가림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스크린 데뷔작에 대한 자신감 때문일까. 12일 개봉한 '킬러들의 수다'에서 원빈. 신인답지 않은 침착한 연기로 자기 몫을 해냈다는 평이다.
네명의 킬러들의 이야기를 다룬 '킬러들의 수다'에서 원빈은 상연(신현준)의 친동생으로， 컴퓨터에 능한 막내 킬러 하연 역을 맡았다.

"드라마 '꼭지'나 '가을 동화'에서처럼 내지르는 연기가 아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가을 동화' 이후 주가가 급상승， 영화계에서 집중 러브콜을 받아온 그가 데뷔작으로 '킬러들의 수다'를 택한 이유는 연기 변신에 대한 욕심때문이다. 그리고 꿈을 꾸는 듯한， 투정부리는 듯한 귀여운 캐릭터는 '미소가 아름다운 남자'인 그의 평소 모습과도 많이 닮아있다.
"방송은 대본도 빨리 나오고， 단기간에 승부가 결정나잖아요. 영화의 경우 사전 준비기간까지 포함해 최소 넉달 이상은 한 캐릭터에 매달려 있어야 하니 부담이 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가지 일에 매달리면 다른 일엔 전혀 신경을 못쓰는 예민한 성격. 말투부터 바꾸려고 노력을 했으나 스스로 생각하기엔 부족한 점 투성이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겸손의 말이다. 원빈이 사랑에 대해 신파조 대사를 늘어놓는 장면， 영어 대사를 하는 공효진 앞에서 '삑사리'나는 답변을 하는 신 등은 '킬러들의 수다'의 백미. 엉뚱한 상황과 의외의 연기 앞에 관객들은 배꼽을 잡게 된다. 배우의 입장에선 고생 좀 했을 장면인데.

"1~2번의 NG말고는 별 어려움이 없었어요. 이미 하연이란 캐릭터가 몸에 완전히 밴 상태에서 카메라 앞에 섰으니까요. 크랭크 인 전에 한달 가까이 리허설을 했거든요."
또한 신현준 신하균 정재영 등 '형'들과의 환상 팀워크는 달라진 촬영 환경에 대한 부담을 덜어줬다. 젊은 호흡이 살아 숨쉬는 장진 감독과의 작업도 즐거운 경험. 촬영이 예정보다 일찍 끝나는 날엔 장감독과 네명의 배우들이 우르르 PC방으로 몰려가 스타크래프트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큰 스크린에 제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걸 보니 어색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더라구요. 영화의 매력이 어떤건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스크린 연착륙에 성공한 원빈의 다음 목표는 액션 영화에 도전하는 것.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욕심을 살짝 내비친다.

<자료제공 : 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