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덴 형제는 곧 노동 계급 혹은 빈민자의 형제이기도 하다. 거칠고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취약한 인물들은 곧 그들의 이야기가 된다. 그런 면에서 전 세계 노동자의 아버지 켄 로치가 스치기도 한다. 투쟁과 노동이라는 이야기를 쟁점으로 다루는 켄 로치와는 달리 다르덴 형제의 인물들은 내적으로 투쟁하고 카메라는 지극히 개인적이다. 다르덴 형제는 매번 주인공들을 관찰한다. 이들은 보통 곤혹스러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감독은 거친 환경 속에 놓여있는 인물들을 핸드헬드로 집요하게 쫓아간다. <프로메제>의 소년은 불법 이민 브로커 아버지가 죽음으로 내몬 이민자와 어려운 약속을 하고, <로제타>는 불법해고를 당한다. <아들>, <더 차일드>, <로나의 침묵>에 와서는 문제가 한겹 더 내밀한 개인의 세계로 넘어온다. 아들을 죽인 소년과 동행해야 하는 남자, 원하지 않는 아이를 갖게 된 십대 부부가 부모가 되어가는 처절한 과정, 계약결혼 속에서 피어난 사랑, 이렇게 관계의 복합성에 윤리를 대입시킨다. 곤란한 상황 속에서 인간됨을 회복하는 것, 다르덴 형제의 희망은 어렵고 고단하다.
<자전거 탄 소년>은 다르덴 형제의 필모그래피 가운데서 가장 단단한 희망을 노래한다. 이들의 작품에 귀 기울였던 관객이라면 가장 친절한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주로 비전문배우들을 기용해왔던 감독이 이번 작품에서는 벨기에의 국민 배우 세실 드 프랑스에게 주효한 구원자 역할으 부여한 것, 소년이 감정적인 마침표와 쉼표를 찍는 지점에서 음악이 등장한다는 것 이 두 가지 면에서도 조심스러운 변화가 발견된다. 극중 네 번 의미심장하게 울려 퍼지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는 소년의 감정 변화를 기승전결로 엮는다.
영화는 변함없이 녹록치 않은 소년의 시련을 다루지만 본격적인 희망이 머뭇거리지 않고 들어선다. 가느다랗게 내비치던 구원이 이번만큼은 사만다라는 인물을 통해 눈앞에서 구체화됐다. 그런 의미에서 <자전거 탄 소년>은 다르덴 형제가 들려주는 현대식 이상적인 동화로도 읽힌다. 버림받은 소년에게 거짓말 같은 구원을 부여하는 사만다의 사랑은 엄혹한 세상 속에서 더욱 빛난다. 삼키고 또 삼키다 마침내 파열시키는 소리에 집중하던 다르덴 형제의 영화적 힘에 매혹된 이들에게 이번 영화의 친절함이 낯설거나 과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진화 혹은 변화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2012년 1월 18일 수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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