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게인>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다. 글렌은 행복의 순간이 기억뿐 아니라, 기록에도 남길 원했다. 기록의 매개로 그가 떠올린 건, 다큐멘터리다. 그의 제안에 크리스 답킨스과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닉 어거스트 페르나가 화답한다. 그렇게 세 명의 감독은 ‘스웰 시즌(글렌과 마르게타가 결성한 밴드)’의 3년간의 월드투어를 흑백 다큐로 담아낸다. 그러니까, <원스 어게인>은 <원스>의 후속편이 아니다. <원스>의 ‘백 스테이지’, 혹은 <원스>의 ‘후일담’이라고 하는 게 정확한 영화다.
<원스 어게인>의 밑그림은 분명 ‘사랑의 노래’였을 것이다. 하지만 다큐가 끝나갈 무렵, <원스 어게인>은 ‘이별의 노래’가 돼있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 다큐멘터리이기에 가능한 예측불허의 ‘리얼’이다. 투어 기간 동안 글렌과 마르게타 사이는 어긋나기 시작한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유명세는, 부담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마르게타는 자신에게 집중되는 주위의 시선이 혼란스럽고, 글렌은 오스카 트로피에 연연하는 엄마의 모습이 답답하다. 그런 상대를 안아주기엔, 두 사람은 스스로 지쳐있다. 싸우고, 짜증내고, 반목하는 횟수가 점점 많아지는 사이,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저물고 만다.
<원스 어게인>은 <원스> 없이는 얘기될 수 없는 다큐다. <원스>를 모르는 관객이 ‘볼’수는 있지만, 크게 ‘느끼지’는 못할 다큐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원스>의 감흥을 다시금 재현하는 다큐냐고 묻는다면, 이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는 없다. <원스 어게인>은 전반적으로 담담하다. 애초부터 어떤 거대한 의도를 가지고 시작된 게 아니어서 그럴까. 단조롭기도 하고, 지루한 순간도 있다. 일견, 두 남녀의 매우 사적인 비밀 일기를 구경하는 느낌도 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지켜보게 하는 힘이라면, 역시 음악일 것이다. 이 다큐에는 내레이션이 없다. 대신, 노래가 그들의 상황과 마음을 대변한다. “당신을 모르지만 난 당신을 원해요(I don`t know you. But I want you)”라는 가사의 노래들이 점차 “날 용서해요, 그대. 나의 죄와 내가 저지른 잘못들~(Forgive me, lover, for l have sinned. For l have done you wrong.”류의 노래들로 바뀌는데, 이별 과정을 상당히 미세하게 포착해 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안타깝고, 씁쓸하다. 하지만 그것이 사랑이 지닌 또 하나의 얼굴임을 알기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2012년 1월 11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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